“제대하기 싫어지겠다” 황당…생색 지나친 헬조선의 정책 홍보 만화

입력 2016-02-19 00:01 수정 2016-02-19 14:10

문화체육관광부의 월간 만화잡지 ‘공감’이 2016년 달라진 정책들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족(蛇足)을 달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병사 봉급 15% 인상과 관련한 에피소드에 “제대하기 싫어지겠다”는 엉뚱한 대사를 넣어 비웃음을 샀다.

네티즌들은 18일 SNS와 커뮤니티사이트에서 ‘공감’ 책자의 일부를 촬영한 사진을 놓고 들끓었다. 문제의 만화는 ‘새해 달라지는 것들’을 주제로 그려진 ‘마트의 볼펜 실종사건’이다. 의인화한 볼펜이 분실, 습득을 반복하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올해 달라진 정책들을 소개하는 만화다. 지적을 받은 부분은 병사와 친구의 에피소드다.

내용은 이렇다. 휴가 중 패스트푸드점에서 친구를 만난 병사는 “세트 메뉴를 사겠다”고 말한다. 친구가 “군인에게 무슨 돈이 있냐”고 비웃자 병사는 “새해부터 월급이 올랐거든”이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친구는 놀란 표정으로 “우와! 웬 열~ 제대하기 싫어지겠다”고 말한다.

정부는 병사의 봉급을 2015년 대비 15% 인상했다. 상병 기준으로 15만4800원이었던 월급은 17만8000원으로 올랐다. 병장 월급은 20만원에 육박한다. 이병은 최소 14만8800원을 받는다. 전국 모든 현역 병사에게 적용하면 큰 금액이다.

하지만 병사 한 명이 부대 밖에서 사용하기엔 봉급 인상분은 여전히 부족하다. 청년이 병사 한 명당 2만원 안팎으로 오른 월급을 놓고 “제대하기 싫어지겠다”고 말한 만화 속 비현실적 설정은 “정부가 돈을 쓰고 욕을 먹었다”는 냉소로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정부는 병역의 의무를 지고 강제로 입대한 젊은이들이 매월 2만원 안팎의 돈을 보고 군대에 남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친구의 마지막 말만 없었어도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코미디 수준의 결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 네티즌은 “친구가 마치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병사를 놀리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영혼까지 탈곡을 당한 ‘헬조선’ 젊은이들의 냉소를 담은 대사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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