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야구를 한다?” 北김정은, 야구 육성 움직임

입력 2016-02-18 16:10

김정은 집권 이후 '체육강국' 건설에 열을 올리는 북한이 그동안 북한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치부해온 야구도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북한 전문가인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18일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출연해 미국 상업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북한에서도 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성이 지난해 10월4일 촬영한 남포 야구 경기장 사진을 보면 여느 경기장처럼 투수와 타자 자리는 물론, 1·2·3루 위치가 표시돼 있다. 타석 뒤편과 경기장 좌우에는 관중석도 마련됐다.

비인기 종목인 탓에 야구 경기장 바닥에는 잔디가 아닌 흙만 깔렸고 외야 쪽에는 펜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홈런 여부를 알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지만, 사진상으로는 촬영 당일 관중이 있는 가운데 경기가 열렸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야구가 미국식 자본주의 색채가 짙은 종목이라며 적극적으로 육성하지 않았다. 국제야구연맹(IBA) 등 국제기구에 가입하고 국제 경기에 참가하기 시작한 것도 1990년대 들어서다.

1993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으나 이후 국제무대에서 북한 야구 선수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북한은 체육강국을 기치로 인기 종목인 축구는 물론, 야구와 소프트볼 등 '생소한 스포츠'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이후인 2013년 9월 관영인 조선중앙TV가 남포 야구 경기장에서 청년 야구 선수권 대회가 열린다고 보도한 뒤 북한 매체는 야구 소식을 종종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0월 '광화국 야구 선수권 대회' 개최를, 중앙방송은 같은 해 6월 동평양 경기장에서 기관차 체육단과 대령강 체육단 간의 야구 경기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멜빈 연구원은 "야구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유명한 스포츠이지만 북한에서는 소수의 사람만 즐겼던 종목"이라며 그러나 "북한 정권은 스포츠 관련 시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