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연에 눈물을 훔친 많은 사람들은 당시의 분노도 함께 기억해 냈습니다. 특히 대구지하철 참사와 세월호 참사가 닮아 있다는 점이 더 큰 분노를 불러 일으켰는데요. 인터넷을 중심으로 이어진 추모 물결에는 공분의 목소리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해질 만큼 닮아은 두 참사의 모습을 친절한 쿡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우선 사건 당시 컨트롤 타워와 교신한 내용이 대구 지하철과 세월호가 똑같습니다.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사건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된 기관사와 사령실 간의 통신 내용을 보면 지하철 사령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해 대형 참사를 초래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령실은 불이 난지 2분 뒤에 사건의 발생을 인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편에서 진입하는 전동차를 세우지 않습니다. 그저 화재가 발생했으니 조심히 운전하라는 식의 당부만 했습니다.
맞은편에서 오던 1080호 전동차는 역사에 진입한 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합니다. 불이 옮겨 붙고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르자 전동차 기관사는 사령실에 “엉망이다. 답답하니까 빨리 조치 바란다. 대피시키냐? 어떻게 하냐?”고 다급하게 물었습니다. 운전사령은 “지금 단전돼서 차 못 움직이잖아. 그럼 일단 방송해라”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비상전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관사는 “지금 급전(전기 공급) 됐다 살았다 죽었다 엉망이다”라고 교신했지만 사령실은 “침착하라”며 태연하게 대처합니다. 기관사가 발차를 시도해도 전동차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 기관사는 마스터키를 뽑고 대피했고 불이 난지 몰랐던 승객들은 전기가 차단되고 문이 닫힌 열차 안에서 결국 희생됐습니다. 192명이 숨졌고 148명의 부상자를 남긴 사상 최악의 참사였죠.
그 후 11년이 지났고 대한민국은 빠르게 발전했습니다. 세계 최강의 IT강국이 됐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습니다. 이처럼 고도의 산업화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지만 안전불감증이나 사고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은 세월을 비껴 간 듯합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에게 탈출 지시를 하지 않고 “가만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반복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이들을 공분시켰습니다. 세월호 조타실과 진도교통관제센터 간의 교신 내용 중에는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선장이 최종 판단해 승객을 탈출 여부를 결정하라는 관제센터의 말도 담겨 있었습니다.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공분했고 결국 ‘가만 있지 않겠다’는 취지의 침묵시위가 거리 곳곳에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배에서 나오지 말라는 안내 방송 중 조타실에서 세월호 선원들이 탈출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공개된 영상에는 “현재 위치에서 안전하게 기다리고 밖으로 나오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연신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방송에 따라 선내에서 몸을 웅크린 채 공포에 떨고 있었죠. 영상이 공개되자 국민들은 격분했죠.
대구지하철 참사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에서도 선장과 선원들만 탈출했습니다. 그 누구도 탈출을 지시하지 않았고 되레 가만 있으라는 방송만 반복했습니다. 때문에 두 사건 모두 초기대응 미흡과 상황 오판, 늑장 대처, 근무 대만 등이 불러온 초유의 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비판 여론에 밀려 여러 대책들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그 대책이 현실에선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10년이 지난 뒤 똑같은 모양의 참사가 발생했죠.
대구지하철은 공익재단 설립과 후유증 등의 문제 등으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또한 진상규명과 존치교실 등의 문제로 시끄러운데요. 때문에 여전히 대한민국의 흑역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기억하고 또 기억해 다시는 이런 참사가 되풀이 되질 않길 간절히 바랍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