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4·13 총선을 앞두고 남북관계 등 당 정체성과 결부된 민감한 현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견이 해소되지 못해 발목이 잡힌 양상이다.
야권의 분열 이후 양당 모두 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좌우를 뛰어넘는 이질적 인사들이 결합하다 보니 그동안 야권 내에서 당연시해온 정책과 노선이 논란의 대상으로 번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중단조치 등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며 정국의 핵으로 등장한 대북문제에 대한 입장이 대표적이다.
더민주의 경우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와해', '궤멸' 언급을 한 이후 보수 진영의 북한 붕괴론, 흡수통일론과 궤를 같이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설명을 충분히 들어보자"며 신중론을 취하고,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보완·발전론을 피력했다.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되 대화와 협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는 당론과 기조가 다르다는 해석과 함께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지던 햇볕정책까지 언급한 것은 과하다는 우려감을 낳기도 했다.
김 대표는 17일 역대 정부가 재벌 중심의 성장정책에 의존해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하면서 보수정권 뿐만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발언이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과 친노(친노무현) 세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유권자나 진보적 지지층이 김 대표의 발언을 혼란스럽게 여길 수 있다"며 "큰 틀에서 우리 당이 취해온 입장과 큰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긴 이른 만큼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당이 안이하다. 총선이 불안하다"며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진심에 진심으로 응답해 주길 바란다. 정치가 목표와 그를 위한 징표를 결격하고 몽환적이어서는 안된다"며 최근 당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대표 측에서는 여당의 '종북 프레임' 공세를 차단하고 경제와 민생 이슈를 살려내려면 대북 문제에 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기류도 읽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진영 논리에 치우치지 않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아야 야당이 산다고 본다"며 "과거를 계승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변화무쌍한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된 상황에 맞는 개혁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역시 창당 준비과정부터 끊임없이 정체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애초에 '새정치'라는 지향이 불분명하고 구체성이 없다는 지적에 더해 세력화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이 잇달아 결합하다 보니 이 같은 지향마저 불투명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입법로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의 합류로, 안철수 대표가 "아직 재판중이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한 상태이다.
여기에 한상진 전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이 나오면서 당의 지향이 '뉴라이트'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북한 핵과 미사일 사태,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등 대북문제와 관련해시도 혼선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이들 대북문제를 두고 정부에 대해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더민주에는 김종인 대표의 '북한 궤멸론'을 고리로 "차라리 햇볕정책을 포기하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야당의 적통을 자임했다.
그러나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이 합류 첫날부터 "햇볕정책은 실패했다"고 발언했다가 곧이어 "핵 개발 문제에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고 정정했지만 당의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동영 전 의원 영입 문제를 두고도 당의 노선 문제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경 진보로 평가되는 정 전 의원 영입이 당의 노선과 정체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전북 세몰이 차원에서 정 전 의원 영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안 대표는 정 전 의원의 영입에 대해 "정치의 판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날중 순창으로 정 전 의원을 찾아가 합류를 요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국회 비교섭단체 발언후 기자들과 만나 순창 방문설에 대해 "글쎄요"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안철수-정동영, 순창서 전격회동 가능성
입력 2016-02-18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