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어떤 길이를 말하는가. 일반적인 책상의 높이다. 74㎝를 기준으로 젊은 두 작가가 하나의 전시 공간을 꾸몄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촌마을에 있는 누크갤러리에서 김도균과 이은우 두 작가의 전시가 2월 18일부터 3월 16일까지 열린다.
74㎝ 위에는 김도균 작가가 2000년대 이후 촬영한 모노톤의 공간이 액자 속 사진에 담겼다. 건물의 직선과 곡선이 만나는 지점을 확대한 듯한 그의 사진은 다양한 크기, 여러 색깔의 액자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김 작가는 사진의 형식적인 면을 보여준다. 전시장 1층에 그동안 해왔던 작업 가운데 모노톤을 주제로 작품을 선별해 설치했다. 작품의 크기와 내용, 프레임이 각기 다른 사진들은 74㎝ 높이에 밑변을 맞춰서 줄지어 걸렸다.
그는 수평, 수직에 엄격하며 모서리에 집중한다. 차분하고 간결한 이미지는 작가가 호흡을 멈추고 마지막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연상케 한다. 잔잔한 감성이 느껴지는 현실의 공간에서 사진의 추상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2층의 한 벽면에는 모서리 공간을 담은 하나의 이미지를 사진작업에서 가장 많이 쓰는 규격사이즈 5가지로 다르게 프린트해 비율과 사이즈에 대한 실험을 하게 된다. 작가는 현대 건축물의 부분을 사진의 형식을 빌려 기하학적 추상 이미지로 그려낸다.
이은우 작가는 일상 가구를 만든다. 가구 같기도 조각 같기도 한 작품은 전시공간의 74㎝ 아래에 자리 잡았다. 초록의 원, 푸른 직사각형, 오렌지색 사각형, 검은 직사각형, 푸른 삼각형 같은 기하학적인 작품이 설치됐다.
작업을 할 때 규칙과 레퍼런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작가는 자신을 무언가로 규정지으려 하지 않는다. 언제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예술가로서, 일반 시민으로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서 자아를 모아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누크갤러리는 성격이 다르면서도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평면작품과 입체작품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2인 전시를 열어왔다. 작가가 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람자가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만들어 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기학학적인 두 작가의 작품은 조응하고 교감하며 관람객들에게 시각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모노톤의 사진과는 대조적으로 원색의 구조물들이 색다른 기운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들은 각자의 규칙 안에서 자유롭지만 한 공간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긴장과 소통의 메시지를 전한다(02-732-7241).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높이 74㎝의 의미는? 사진작가 김도균과 설치작가 이은우 삼청동 한옥마을 누크갤러리 2인전 3월16일까지
입력 2016-02-18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