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몰락 전조? 전국 설문에서 크루즈에게 처음 선두 내줘

입력 2016-02-18 10:39 수정 2016-02-18 10:56
AP/연합뉴스
자료: NBC
미국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던 도널드 트럼프가 전국 단위 설문조사에서 테드 크루즈에게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이미 패했던 트럼프로서는 입지에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해석된다.

17일(현지시간) NBC방송/WSJ이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크루즈는 공화당 경선 투표권을 가진 응답자 중 28%의 지지를 얻어 26%를 기록한 트럼프를 제쳤다. 마르코 루비오는 17%, 존 카시크는 11%, 벤 카슨은 10%를 얻었고 젭 부시는 4%로 여전히 부진했다.

이번 설문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경선 토론 뒤에 실시된 것으로서 지난달 실시 됐던 전국단위 설문 결과와 큰 차이가 있다. 당시 트럼프는 33%를 얻어 20%를 얻었던 2위 크루즈를 13% 포인트 차이로 제친 바 있다.

공화당 여론조사 담당 관계자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토론회 이후 공화당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 같다”면서도 “지난해 여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더욱 강한 지지율 회복세를 보이며 돌아왔다”며 “속단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하듯 이날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여전히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퀸피악대가 발표한 설문에서 트럼프는 39% 지지를 얻어 19%를 얻은 마르코 루비오에 앞서 1위를 차지했다. USA투데이와 수폴크대가 함께 실시한 설문에서도 트럼프는 35%를 얻어 2위 테드 크루즈를 15% 차이로 제쳤다. 하지만 NBC는 두 설문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토론 전후를 모두 걸쳐 실시된 것으로서, 오히려 토론이 큰 영향을 미친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와 크루즈는 대선광고를 두고도 충돌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 트럼프 대선캠프가 크루즈 측이 내놓은 광고 영상에 항의했다고 전했다. 영상은 1999년에 트럼프가 낙태에 대해 ‘매우 지지한다(very pro-choice)’고 발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과 그 지지자들의 주된 입장인 낙태 반대와는 상반된다. 트럼프 캠프가 고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크루즈 캠프도 지지 않고 소송에 응하겠다며 강경 대응하는 중이다.

한편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과 같은 날 치러지는 네바다주 민주당 경선 설문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맞수 버니 샌더스를 근소하게 앞서는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퀸피악대 설문에서 클린턴은 44% 지지를 얻어 42%인 샌더스를 가까스로 앞섰다. CNN/ORC 설문에서도 48%를 얻어 47%인 샌더스와 1% 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