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0억원 차세대 항공교통시스템, 허점투성이” 항공분야 개발 사업 구멍 숭숭

입력 2016-02-18 09:08

국토교통부에서 항공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R&D)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효용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중도에 사업을 중단해 수백억원을 낭비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감사원은 18일 '항공안전 기술개발 및 시스템 구축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총 20건의 문제점을 적발하고,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직원 3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은 항공 분야 R&D 사업 과정에서 치밀한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았다.

그 결과 항공기 부품의 수급상황 등을 관리하는 정비신뢰성 관리 프로그램의 경우 적정한 개발원가가 12억원인데 이보다 22억여원이 많은 34억원을 투입했고, 개발 이후에도 8개 항공사 모두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유관 기관의 여객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차세대 지능형 공항시스템의 경우 대상 기관들이 개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았고, 결국 연구비 18억원을 들인 상태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또 국내 기술로 경항공기를 개발하는 사업의 경우 개발 업체가 정당한 사유 없이 사업을 포기했고, 그 결과 120억원 상당의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특히 이 업체에 지급한 정부출연금 36억8천여만원 가운데 4.9%에 불과한 1억8천여만원만 환수했다.

98억여원을 들인 공항시설 안전통합관리시스템의 경우 서브시스템 7개 가운데 3개 시스템이 인증을 받지 못했고, 연구·개발이 종료된 지 3년 이상이 지나도록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인공위성을 통한 항공기와 지상 관제기관의 데이터 통신 시스템인 항공용 위성항행 통신시스템(ADS-B)의 경우 국제기술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국산화와 실용화까지 이르지 못했고, 결국 연구개발비 85억원을 낭비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통해 밝혀낸 예산 낭비 금액은 355억원에 달한다.

연구비 정산 절차도 부실해 한 개발 업체는 연구비 30억원 가운데 5억5천여만원을, 또 다른 업체는 24억3천여만원 가운데 5억1천여만원을 연구개발과 관련 없는 경비에 지출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중에서도 예산 낭비 우려가 있는 사업들이 다수 발견됐다.

항공기 등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측정하는 '항공온실가스 산정 프로그램'의 경우 개발 과정에서 타당성 분석을 거치지 않았다. 그 결과 138만원만 들이면 기존 프로그램을 구입해서 활용할 수 있는데 30억원을 들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했고, 예산 낭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3천909억원 규모의 차세대 항공교통시스템 구축 계획 20개 세부과제도 허점 투성이였다.

일례로 2014∼2018년 569억원을 투자하는 일부 항공기 감시체계의 경우 국내 공항 여건에 맞지 않아 개발이 이뤄져도 실제 활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