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집회서 태극기 태운 20대 남성 무죄”

입력 2016-02-17 17:07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집회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국기모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집회에 참가해 교통을 방해하고 경찰버스를 손상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17일 국기모독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24)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에서 가로 45㎝, 세로 30㎝ 크기의 태극기를 라이터로 태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판사는 “김씨는 경찰이 물대포 등을 쏘자 격분해 인근 경찰버스 유리창에 끼워져 있던 종이 태극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며 “이 사실이 뉴스에 보도되자 발각되지 않으려 친구에게 당시 입은 옷을 버려달라고 부탁하는 등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다만 김씨가 2회에 걸쳐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차로를 점거하고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따르지 않은 혐의 등은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가 낸 ‘국기모독죄’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기각됐다. 김씨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 형법 105조가 처벌 행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국기 또는 국장이 상징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유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보호하려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