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비극, 원주민 여성의 미스테리 살해, 실종

입력 2016-02-17 15:36
영국 BBC 방송이 탐사보도로 보도한 캐나다 여성 실종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캐나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비극이 있다. 지난 30년 간 캐나다에 사는 원주민 출신 여성들이 살해되거나 실종된 케이스가 수천 건에 달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도 이 원인을 적극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쥐스탱 트뤼도 신임 캐나다 총리가 당선된 뒤 이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17일 이와 관련해 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캐나다에서 살해 또는 실종된 원주민 여성의 수가 기존에 알려진 수치의 3배 이상인 400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캐나다의 퍼트리샤 허이두 여성지위부 장관은 정부가 정확한 수치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캐나다원주민여성협회(NWAC) 보고서를 인용해 살해·실종된 원주민 여성이 약 4000명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살해되거나 사라진 원주민 여성 수는 2014년 캐나다 연방경찰이 보고서를 통해 밝힌 1200명으로 알려졌다.

트뤼도 총리도 지난해 12월 캐나다 원주민총회(AFN) 지도자 모임에서 지난 30년간 살해되거나 실종된 원주민 여성 1200명에 대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주민 여성은 캐나다 전체 여성 인구의 4%를 차지하지만 살해 여성 비율은 16%로, 인구 비율 대비 4배 수준에 달한다.

여성들은 원주민 거주지를 떠나 도시로 돈을 벌러 갔다가 숨지거나 실종된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강에 빠진 채 수개월 뒤 발견되는 케이스도 많았다. 백인들 사이에서 원주민을 차별하거나 멸시하는 태도가 많아 이들에 대한 폭력이나 살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원주민들 사이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