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어떤 직업이나 일자리를 ‘좋은 일’이라고 볼까. 임금 수준이 높고, 정규직인 일자리를 선호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노동시간이 적당하고, 삶의 질이 보장되는 직업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희망제작소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네이버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 설문참여자 1만5399명 가운데 48%(7320명)이 좋은 일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근로조건’을 꼽았다고 17일 밝혔다. 비정규직이냐 정규직이냐를 의미하는 고용안정(16%), 직무·직업 특성(13%), 임금(12%)은 뒤로 밀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만족하는 이유(25%)와 불만족인 이유(30%)로 모두 근로조건을 지목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특히 설문참여자의 39.9%는 “근로조건이 나은 직장이라면 임금이 지금보다 줄어도 옮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연령별로 20∼30대가 근로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근로조건 가운데 무엇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까. 응답자의 35%는 ‘주 40시간 근로, 초과근무 시 법정수당 이상 지급’을 가장 중요하게 꼽았다. ‘탄력근무 등 삶의 질 증진을 위한 부가적 근로조건 제공’(33%)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17%)과 ‘강제회식 등 프라이버시 침해 금지’(14%)를 꼽은 사람도 많았다.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은 “이번 조사 결과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질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데 반해 시민들은 일과 삶의 균형, 기업 내 인권, 일 자체의 재미와 존중 등을 열망해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일자리 창출 정책을 말할 때 고용률 등 숫자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좋은 일’을 만들고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무엇이 ‘좋은 일’일까?… “노동시간 짧고 개인 삶 존중해야”
입력 2016-02-17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