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은 고사하고 서 있을 수도 없다. 휠체어 없이는 이동할 수 없다. 특히 사물에 부닥치지 않으려고 항상 긴장해야 한다. 약한 충격에도 뼈가 부러질 수 있는 희귀병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6일 충남 천안 나사렛대(신민규 총장) 졸업식에서 학사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주인공은 멀티미디어학과 김현승(33)씨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IT관련 사회적 기업인 봏행복한웹앤미디어에 정규직으로 취업했다.
김씨는 두 살 때부터 골절 때문에 수술을 받아왔다. 뼈에 철심을 삽입하는 수술로 횟수만 30여 회다. 그의 종아리, 허벅지, 척추, 양팔에는 철심이 박혀있다.
두 살 아래 여동생도 같은 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동생은 1996년부터 재택교육을 통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포항 두호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나사렛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부모는 건강 문제로 운영하던 식당을 접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지만 동생은 국가 장학금과 성적우수 장학금 등을 받아 학비 걱정 없이 졸업했다.
김씨는 동생의 이 같은 삶에 자극받아 2012년 28세의 늦은 나이에 나사렛대 멀티미디어학과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대학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작은 불편에 속했다. 항상 또 다른 골절을 걱정해야 했고 체력은 바닥났다. 젊은 비장애인 학생들과 경쟁이 되지 않았다.
김씨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 결과 학년 전체 수석을 하기도 했고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4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았고 교내외 경진대회와 각종 공모전 등에서 6개 상을 받았다.
또 교내 창업동아리에서 팀장을 맡아 ‘휠체어 정보 모바일 앱’을 제작했다. ‘Lin&Co 이미지연구소’와 아디다스 코리아의 ‘장애인 친화 쇼핑 공간 만들기를 위한 워크숍’ 등에 자문하기도 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학사모를 쓴 김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학업을 마친 데 대해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비전을 품고 끊임없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천안 새벽이슬교회(김종연 목사)를 섬기고 있으며 청년부 회장도 맡고 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나사렛대 김현승씨, 골형성부전증 딛고 감격의 학사모
입력 2016-02-17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