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 틀었는데 차 움직여 사고…법원 “운전 고의 없으면 무죄”

입력 2016-02-17 11:39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이 고의로 운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허정룡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45·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10월 새벽 2시30분쯤 자신의 집 주차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31%로 승용차를 3m가량 운전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A씨는 “자동차가 저절로 움직였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당시 술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불러 집 앞 주차장까지 왔는데, 술이 깬 뒤 집에 들어가려고 차량 히터를 틀자 주차장의 경사를 따라 앞으로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교통사고 보고서와 수사보고서, A씨가 제출한 동영상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현장 검증까지 거쳤다.

허 판사는 “A씨가 히터를 틀려고 시동을 걸다가 실수로 기어 등을 건드려 차량이 약간 경사진 길을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며 “운전할 의사로 가속페달을 밟았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주차장 지면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있으며 차가 직진으로만 움직였고 A씨가 대리기사를 불러 집 앞까지 온 정황 등도 고려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