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이 졸업생에게 “좋아하는 걸 찾아, 나름대로 살자”

입력 2016-02-17 11:09
사진=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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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옆 작은 초등학교에서 평생 교사로 봉직하다 8년 전 은퇴한 김용택 시인은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나름대로 살자”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시인은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가꿔서 잘 살고, 참나무는 참나무대로 잘 가꿔서 살아라”며 “그래서 큰 숲을 이루면서 살자”고 얘기하고 팠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여고 졸업식에서 목동 대형학원 출신 이사장이 졸업생을 앞에 두고 내놓은 질책성 축사 “올해 서울대 연대 고대 이대 숙대에 간 학생이 여기서 3분의 1도 안 된다”는 비교육적 언설에 대한 성찰을 권유하면서다.

김용택 시인은 17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나와 “사실 그 학교 이사장님뿐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졸업식장에 가보면 대개 서울대 연대 고대 몇 명 들어간 게 자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 아이들을 1등부터 줄을 세워 놓고 대학에 입학시키며, 그 출신 대학으로 평생을 좌우하는 우리의 오래된 현주소다.

그래서 김용택 시인은 학교 강연을 나가기 전 확인을 한다고 했다. 그는 “전화가 오면, 강연 섭외가 오면, 그 학교에 정문에 서울대 고대 연대 들어간 플래카드 걸려 있느냐, 이렇게 물어보고 가죠”라고 했다. 플래카드 떼어야 간다는 뜻이다. 이어 “서울대 고대 연대 간 아이들은 좋아하겠지만, 그 나머지 아이들이 그 플래카드 밑으로 들어가서 교문을 들어갈 때, 그 심정이 어떻겠어요”라고 했다. 시인은 “어떻게 그 아이들이 학교를 믿겠어요. 선생들을 믿겠어요. 어른들을 믿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졸업식장에서 서구처럼 감동적 연설은 듣지 못하고, 밀가루나 계란 뿌리기, 교복 찢기가 난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김용택 시인은 졸업생 아이들에게 축사를 들려달라는 부탁에 먼저 “굉장히 어렵죠”라며 “무슨 요새 어떤 교훈이 되는 말을 한다는 게 이게 잘 먹히지도 않고 그런데”라고 했다. 그럼에도 시인은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어떻겠느냐. 좋아하는 걸 찾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평생 하면서 살도록 하자. 좋아하는 걸 찾는 게 공부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시인은 또 “나름대로 살라고 하고 싶다”라며 “우리는 나름대로 사는 법을 잃어 버렸다”라고 했다. 참나무가 될 아이를 소나무로 만들려 하고, 팽나무가 될 아이를 소나무로 만들려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자기 나무. 나는 참나무니까 참나무대로 잘 가꾸고, 나는 소나무니까 소나무대로 잘 가꿔라. 그래서 큰 숲을 이루며 살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시인의 마지막 말은 “대학이 인생을 결정하는 게 제대로 된 사회입니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