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이 존치교실을 돌려달라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무산시켰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소셜네트워크(SNS)와 각종 커뮤니티에는 존치교실 찬반 논쟁이 다시 가열됐다. 희생자 유가족과 재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빚어진 갈등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안산 단원고등학교재학생 학부모 30명은 이날 낮 2시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릴 예정이었던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미리 들어가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신입생 입장을 막았다.
행사장 안에는 재학생들이 후배들의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돕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지만 신입생들은 행사장 안에 입장하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또 행사 관계자들이 교과서를 들어오려 하자 한꺼번에 몰려가 교과서 배송을 막기도 했다.
전날인 15일에도 ‘단원고등학교 교육가족 일동’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존치교실을 학교 주인인 재학생들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신입생 행사 저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학부모들은 존치교실의 존재가 아이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우울감, 억압, 죄책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어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학부모들은 또 일부유가족과 시민단체에서 10개 교실을 영구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재정 교육감이 방관하고 있다며 이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존치교실을 그대로 나둘 경우 재학생 방과 후 수업 저지와 교육청 점거농성 등의 투쟁계획도 함께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저지’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생겼고 관련 기사 아래에는 삽시간에 수 백건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댓글에는 존치교실에 대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학생 학부모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옹호 의견과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냐는 비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세월호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한 네티즌도 적지 않았다.
이 밖에도 “힘없던 피해자들이 힘이 생기고 나서 또 하나의 갑이 되는 슬픈 현실이다” “진심으로 슬퍼하고 기도했지만 후배들한테 교실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유가족들의 과한 요구엔 눈살이 찌푸려진다” “단원고는 죽어서든 살아서든 피해를 본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일각에선 희생자 유가족과 재학생 부모들 간의 갈등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서로 조금씩 양해를 구하고 절충안을 찾으면 좋겠다” “양쪽 다 피해자인데 피해자끼리 갈등을 빚는 현실이 안타깝다” 등의 댓글도 있었다.
한편 세월호 유족들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기억교실로 불리는 10개 교실을 존치교실로 유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청은 교실이 본래 목적인 교육에 사용돼야 한다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예졸업식인 지난달 12일까지 존치하고 향후 건설될 추모관으로 이전하자는 입장이다. 단원고 교실은 40개로 10개 교실이 존치교실로 운영되면 신입생이 수업할 교실이 부족한 상황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학부모와 유가족 존치교실 놓고 갈등 폭발” 단원고 신입생 OT 무산
입력 2016-02-17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