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전통수의 특별전시회 ‘땅으로 시집가는 날'

입력 2016-02-16 16:27
“수의를 전시한다고 하더니 혼례복들 아니야?”

1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상명아트홀에서 열리고 있는 단국대학교 전통복식연구소 주최 전통수의 특별전시회 ‘땅으로 시집가는 날’을 둘러본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의라고 하면 누런 삼베옷을 떠올리게 마련인데 이 전시회에 나와 있는 수의들은 청홍색 비단에 금색수가 놓여 있는 화려한 비단옷들이었다.

전통복식연구소 최연우 소장(단국대 대학원 전통의상학과 교수)은 “삼베수의를 우리 전통수의로 알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이번에 소개되는 수의는 국조오례의에서 규정한 조선시대 예법과 절차,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수천 점의 출토복식을 정밀하게 분석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삼베수의가 사용된 것은 1934년 일제가 ‘의례준칙’을 규정해 비단수의 전통을 금지하고 포목(布木), 즉 삼베와 무명으로 수의를 마련하게 하면서부터였다고 최 소장은 전했다.

국조오례의와 출토복식에 따르면 전통 장례의식에서 수의는 비단(견직물)을 주로 사용하되 모시나 무명(면직물)도 쓰도록 했다. 실제 전통장례에서 우리 조상들은 ‘생전에 입던 옷 중 가장 좋은 옷’ 을 사용했다. 관리는 관복(官服)을, 선비는 유학자들이 입던 심의(深衣)를, 여성은 혼례복 등으로 입던 원삼(圓衫)을 사용했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일부 백성만이 평상시 입던 삼베옷을 수의로 쓰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최 소장은 “조선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복식이 수 천 점이나 되지만 그 중 삼베옷은 한 두 점 밖에 없었다”며 “삼베를 수의 소재로 쓰는 것은 전통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래 삼베는 돌아가신 분께 입혀드리는 수의에 쓰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가족과 친척들이 입는 상복 소재로 쓰였다.

최 소장은 “국화로 치장한 영좌 장식과 조화도 일제 잔재”라면서 “광복 70년이 넘도록 여전히 일제 잔재가 우리 장례문화를 지배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우리의 전통장례에는 국화꽃 장식이나 조화가 없었고 병풍을 세웠다.

이번에 전시된 수의는 남성은 ‘면복’ ‘곤룡포’ ‘단령’ ‘심의’ ‘철릭’ 등 25종, 여성은 ‘적의’ ‘원삼’ ‘당의’ 등 17종, 염습을 위해 쓰는 도구와 관의 겉에 쓰는 도구 10종 등 총 52종 100여점이다. 최 소장을 중심으로 단국대 전통의상학과와 전통복식연구소에 소속된 약 15인의 석·박사급 연구진이 1년여에 걸쳐 연구,개발한 다음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전시는 상명아트홀에서는 3월 6일까지 이어지고, 3월 11일부터 4월 8일까지는 경기 용인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에서 특별전시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