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부터 평양에서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5일(현지시간) 익명의 평양 거주자와 방문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달 1일부터 차량 번호판 숫자에 따라 격일로 차량운행을 허가하는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제도는 갈수록 늘어나는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을 막기 위한 것으로, 베이징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 대도시를 본 딴 것으로 알려졌다. 단 정부 고위 인사 차량과 군용 차량, 외국인 차량과 24석 이상 미니버스는 적용에서 제외된다.
최근 몇 년간 평양에서는 외화 유치를 위해 외국인 여행객을 적극 유치하면서 교통체증이 심해졌다. WP는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고려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한 해 동안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유럽에서만 따져도 5000~6000명에 이를 정도라고 전했다.
늘어난 자체 차량 수도 문제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012년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이 한국무역협회(KITA) 워싱턴지사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2011년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자동차 총액은 약 2억 달러(약 2400억원) 어치로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바 있다.
하지만 WP는 북한이 홀짝제 시행의 더 중요한 이유는 기름 부족 때문일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 제재로 외환보유고가 충분치 않은데다 최근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악화돼 기름을 지원받을 통로도 막혔을 걸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실한 교통체계도 원인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WP는 평양에서 교통신호등이 작동되기 시작한 게 최근 몇 년 사이에 불과할 정도로 교통체계가 미비하다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새해부터 시행된 북한 ‘차량 홀짝제’... 진짜 이유는?
입력 2016-02-16 1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