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입은 도자기인형 예쁘죠?" 도자기인형 작가 오주현 가나아트스페이스 '흙으로 조선의 옷을 짓다' 오픈

입력 2016-02-16 15:44 수정 2016-02-16 20:25
도자인형 오주현 작가
조선시대 궁중복식 재현 도자기인형 작품
조선시대 기녀들의 모습
무희들이 장단에 맞춰 춤추는 모습
무희들의 율동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 갈듯 치마폭이 찰랑거리고 곱디고운 색동옷 저고리는 반짝반짝 빛난다. 자세히 보면 도자기 인형이다. 한복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신분을 고려한 몸짓의 차이를 세련되게 제작했다. 얼굴의 표정 하나하나가 생동감이 넘친다. 장신구와 머릿결도 실제 사람 같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색감의 한복 도자기 인형이 놀랍다. “이게 도자기란 말인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한양여대 도예과를 나온 도예가 오주현(48)은 2007년 유럽을 여행하면서 독일의 마이센이나 스페인의 야도르 도자기 인형에 매료됐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도자기 인형이 왜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고유의 한복을 입은 도자기 인형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이듬해부터 연구와 실험에 몰입했다. 더욱 심도 있는 공부를 위해 이화여대 대학원 도자디자인과에 진학했다.
우선 조선시대 복식 연구부터 시작했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기산 김준근의 풍속도를 모조리 찾아 의상과 율동을 파악했다. 여인들의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위해 궁중 대례복부터 기녀의 화려한 복식까지 섭렵했다. 한복은 오방색을 사용하기 때문에 천연염료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흙으로 빚은 다음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처럼 가마에서 1200도 이상 열을 가해 구워냈다.
처음에는 깨지기 일쑤였다. 10개 가운데 두세 개를 건지기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렇게 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결과물을 16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길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흙으로 조선의 옷을 짓다’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국내 최초로 조선시대 복식을 도자기 인형으로 재현한 작품들 100여점을 출품했다. 장구를 치는 여인들의 자태가 율동적이다. 섬세하고 정교하다.
조선시대의 신분계급에 따른 양반, 중인, 평민, 천인의 복식규범의 표현뿐 아니라 엄격했던 장신구의 제한은 까다롭기 그지없었다. 이를 수용하며 도자기로 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흙을 만지고 불을 담금질하는 과정도 힘들었다. 흙과 안료의 배합, 굽는 방식, 한복의 색감 등을 구현하는 작업은 오랜 시간 노동과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가능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조선시대 복식은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게 특징”이라며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는데 왕비가 대례복을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의 심리, 혼례를 앞둔 신부의 복잡 미묘한 감정, 춤과 노래를 겸했던 기생과 무희의 애환까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릴 적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게 취미였다는 작가는 작업에 골몰할 때면 행복하다고 한다. 2011년 제9회 대한민국 도예공모전 입선, 2013년 제48회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입선 및 제43회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입선 등을 차지한 그는 한국의 대표브랜드를 만들어 우리의 아름다운 복식을 세계에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02-734-1333).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