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반공연설 vs 신뢰·통합 메시지… 朴대통령 연설, 이렇게 봅니다

입력 2016-02-16 15:32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구성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국회 연설 후 본회의장 통로를 빠져 나가며 새누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구성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개성공단 폐쇄와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 관련 한반도 안보 위기 한 가운데서 행한 국회 연설을 두고 정당들은 제각기 논평을 선보였다. 대통령의 연설 행위보다 이를 평가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생산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지면에 채 싣지 못하는 5개 정당의 논평을 모아서 소개한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 명의 찬반 입장은 기존 여러 차례 반복된 측면이 있다. 국민의당은 “의혹만 가중시키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연설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정의당은 “70년대 반공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대통령에게 무얼 기대하겠느냐는 투였다.

먼저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이다. 새누리 의원들의 본회의장 통로 도열에서 보듯, 예상 가능한 극찬이다.

<대통령 연설, 신뢰와 통합의 메시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국회를 찾아와 국민들 앞에 섰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국제 사회, 그리고 북한을 향해 우리 정부의 결연한 북핵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안위를 최우선에 두고 지켜낼 것을 약속했다. 그 어떤 논리도 국민의 안위와 안전을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늘 대통령의 메시지는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신뢰의 메시지’이자 북한에게 알리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그리고 5천만 우리 국민,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외치는 ‘통합의 메시지’였다.
오늘 대통령의 연설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위기의 엄중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대통령의 적극적 행보였다. 그만큼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척이나 무거웠고 간절했으며, 단호했다.
이제 국회 차례다. 행동과 약속 실행으로 강력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국민들께 보낼 때다. 선거승리만을 위한 정치꾼, 정쟁과 투쟁만을 일삼는 운동꾼이 아닌 5천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야 할 것이다.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처리, 경제활성화와 민생법안, 노동개혁 4법 통과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야당에 촉구한다. 대한민국의 운명은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까다롭고 험난한 고비고비가 우리 눈앞에 놓여있다. 정부와 여당만이 손을 잡는다고 넘어설 수는 없는 높이다. 대한민국 위기 극복의 역사를 잇고, 밝은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 위한 발걸음에 동행하는 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
2016. 2. 16. 새누리당 공보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 서면 브리핑이다. 실망스럽다는 내용이다.

<대통령 국회 연설, 충분한 설명 되지 못해 실망스럽다>
박근혜 대통령께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배경에 대해 보다 솔직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럽다.
단순히 돈줄을 죄기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함으로써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충분한 전략적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더 이상 북한의 기만과 위협에 끌려 다닐 수는 없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냉정한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지 않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더욱이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휘하는 노동당 지도부에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통일부 장관의 거듭된 말 바꾸기 논란과 겹쳐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 스스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어서 국제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언제 이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 알고도 묵인해온 것인지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한다.
대통령은 “우리 내부로 칼끝을 돌리고, 내부를 분열시키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야당의 당연한 문제 제기를 정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야당은 국가 안보의 문제를 결코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야당의 지적은 긴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라는 취지이라는 점을 대통령은 분명히 인식해주기 바란다.
박 대통령은 각종 쟁점법안의 처리를 촉구했는데 이 엄중한 시국에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의 통과를 촉구한 점은 적절하지 못하다.
국회가 할 일은 국회에 맡기고 대통령은 냉철하고 전략적인 판단으로 당면한 국정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당부한다.
2016년 2월 16일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이번엔 국민의당이다. 더민주보다는 더 명확한 입장이다. 대통령 연설에서 ‘어떻게’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의혹만 가중시키고 국민을 설득시키지 못한 연설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을 잘 경청했다. 국민의당은 수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안보 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데에 공감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위기를 선거와 연결시키거나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생각이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에 이어 개성공단 운영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한 점은 유감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은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원론적인 입장만 나열했을 뿐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 어떻게 연대를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사드 도입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제어에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 납득할만한 설명도 빠져 있다.
대통령이 한반도의 위기 앞에서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는 생각으로 논란이 있는 입법을 들고 나온 것이야말로 정쟁을 유발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입법부를 존중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성실하고 진지하게 법안 협상에 임해 줄 것을 촉구한다.
오늘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의혹만 가중시키고, 국민을 더 혼란스럽게 한 연설이었다.
2016년 2월 16일 국민의당 대변인 김희경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이 “70년대 반공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라고 했다. 또 “합리적 해법 제시가 없다”고 했다.

<한창민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 국회 연설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국정 연설은 70년대 반공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 대통령의 연설은 전형적인 공포마케팅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했지만 그 어디에도 합리적인 해법의 제시는 없었다. 그저 확대와 과장으로 위기를 조장한 후, 안보불감증과 제재의 무력감을 버리고 강경하게 단결하자는 선동 밖에 없다.
오늘 대통령의 연설 내용은 상상 그 이상의 놀라움을 안겨 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에 유입되었다는 낭설을 다시 거론했다. 어제 국회 상임위에서 증거가 없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한 홍용표 장관이 무안해지는 순간이다. 일국의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런 주장을 재론 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고 국민들을 부끄럽게 한다.
북핵 위기 상황을 국내 현안으로 연결시키는 논리의 비약 또한 상상을 뛰어 넘는다. 북핵 위기를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더 나아가 서비스기본발전법과 노동4법까지 연결시켜 대통령의 관심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공세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도대체 북핵 위기와 민생악법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한반도의 위기상황과 민생 파탄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이런 엉뚱한 욕심마저 부리는 모습은 너무나 비겁하다.
오늘 대통령의 연설에서 위기를 본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사과와 반성도 없는 일방적인 권력의 위험성이다. 대통령이 먼저 변해야 국민들의 안위와 민생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더이상 안보를 정치에 활용하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그것이 진짜 안보와 민생의 길로 나가는 기본이다.
평화와 민생이고 평화가 답이다.
2016년 2월 16일 정의당 대변인 한창민

원외정당 가운데 논평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녹색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외부자”로 표현했다.
<아무 대답이 없는 ‘외부자’ 박근혜 대통령-단합?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기는 한가>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국회연설에서 ‘단합’을 강조했다. 말만 힘주어 강조했을 뿐 박 대통령은 여전히 ‘외부자’였다.
일단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 국제사회에 고백과 반성을 해야 할 입장이 되었다. 그 근거는 본인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가 지급한 달러 대부분이 북한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쓰이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권은 UN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여 북핵 개발에 돈을 댄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근거 없이 뱉었다가 거두어들인 소리를 다시 던진 것이기도 하다. 홍 장관도 이쯤이면 사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어제 홍 장관은 “영유아를 위한 인도적 지원은 지속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늘 박 대통령이 발설한 대로 “인도적 지원”이 조선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면 어떡할 것인가. 또, 지난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7명이 한 달 가량 공단에 더 머무른 것에 대해 당시 박근혜 정부는 “미수금 문제 해결을 위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 7명이 마지막 희망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박 대통령은 7명이 볼모로 잡혀 있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의문에 답하지 않았다. 국회연설의 일방성에 일방적으로 기대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는 도대체 “입주기업들의 투자를 보전하고, 빠른 시일 내에 경영을 정상화”하는 방책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가운데,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하여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협보험은 투자보험에 국한되며 기업당 한도는 50~70억 수준이다. 게다가 가동중단 기간의 영업손실은 제대로 보상되지 않고,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보험금을 반납해야만 한다.
사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 연설에서 ‘사드’를 검색하면 2개가 나온다. 미사일 방어태세 향상을 위해 협의된다는 추상적인 사유를 언급하면서 한 번 나오고, 존경하는 국민에게 “감사드린다”는 구절이 다른 하나다. 미리부터 김칫국 마시며 감사드릴 때가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전혀 들어맞지 않는 ‘고고도’ 방어체계를 왜 구축하는지 말해야만 한다. 그런가 하면, 어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또다시 핵무장론을 꺼내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없었던 일처럼 처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온우주가 자신을 도울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사드 배치와 핵무장론으로 한반도와 주변의 긴장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와중에 태연하게도, 동맹국인 미국과의 공조와 한·미·일 3국간 협력 강화와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모두 이루겠다고 밝히고 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답하지 않는 대통령이 있는 이상, ‘단합’?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은 있을 수 없다.
2016년 2월 16일 녹색당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