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찰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트위터에 ‘유머’를 발휘했다가 “성범죄를 용인했다”는 비난을 받고 곤욕을 치르는 일이 발생했다.
영국 BBC 방송은 스페인 경찰이 공식 트위터 계정에 키스하는 이모티콘과 함께 “키스를 ‘훔치더라도’ 범죄가 아닙니다. 해피 밸런타인데이”라는 밸런타인데이 기념 트윗을 올린 것이 논란을 불러 일으켜 해명에 나섰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만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는 스페인 경찰 계정은 평소에도 재밌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트윗도 15시간 동안 2500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메시지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키스를 해도 된다’는 뜻으로도 읽혀 “성적 학대를 용인하는 트윗을 올렸다”며 시민들과 일부 정치인들의 항의를 받았다.
스페인의 한 좌파 정치인은 트위터를 통해 “만약 누군가 당신의 키스를 훔친다면 그것은 성적 학대이며 당신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스페인 경찰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밸런타인데이에 깜짝 키스를 선물한다면 놀라지 말고 즐겨라. 그러나 모르는 사람이 당신의 동의 없이 키스하면 신고하라”라고 다시 ‘해명’ 트윗을 올려야 했다.
스페인에서 가정 폭력이 역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이슈라는 점이 이번 논란에 영향을 미쳤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1939년부터 40년 가까이 스페인을 통치했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시대에 가정 폭력은 범죄로 인정되지 않았다. 2004년 스페인은 성폭력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피해자들에게 법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스페인 경찰, 밸런타인데이에 “키스를 훔쳐도 됩니다” 트윗 잘못 올렸다가 낭패
입력 2016-02-16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