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스캘리아 대법관 사망 전 꿩사냥과 파티"

입력 2016-02-16 08:36

미국 유력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사망한 연방 대법원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직전 행적과 주검의 발견 상황, 사망 선고 등의 과정을 차례로 복기하며 이 과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눈에 띈다는 취지로 15일 보도했다. 고위층 및 부유층의 럭셔리한 파티가 진행됐고, 스캘리아의 사망 당시 검사가 입회하지 않고 사망 판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타살 혐의가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연방 대법관의 ‘사냥터에서의 사망’이 석연치는 않다는 보도다.

이 신문은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 정황이 일요일 밝혀지면서 죽음 이후 몇 시간이 전혀 질서정연하지 않음이 드러났다”며 “사망 마지막 시간들의 구체적 정황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이 숨진 장소는 텍사스 주 서브 섀프터 인근 리조트인 시볼로 크리크 랜치. 영국 왕족이나 영화스타, 조류나 들소, 퓨마 사냥꾼들이 몰리는 최고급 호화 리조트다.

이 리조트의 주인인 휴스턴의 사업가 존 포인덱스터가 이날 오전 스캘리아 대법관의 시신을 최초 발견했다고 한다. 그가 아침식사 자리에 나오지 않기에 처음에는 늦잠을 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나 다른 손님들과 함께 그의 방을 들어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방에서 스캘리아 대법관은 “잠옷을 입은 채 평화롭게 누워있었다”고 포인덱스터는 WP에 밝혔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선고한 이는 프레시디오 카운티 법원의 신데렐라 게바라 판사였다. 쇼핑 중이던 그녀는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은 지역 사정상 경찰과 20분간 통화 끝에 오후 1시 52분쯤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선고했다. 이 판사마저도 수소문하는데 몇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바라 판사는 비상요원과 현장에 도착한 경찰 등과의 통화에서 “살인의 징후는 없었다”는 말과 스캘리아 대법관이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소견을 듣고 부검 없이 사망을 선언했다. 결국 게바라 판사는 시신을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는 텍사스 법에 따르면 가능한 일이라고 WP는 전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시신은 방부 처리 등을 위해 텍사스 주 서쪽 끝인 엘 파소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엘파소 장례식장의 한 담당자는 “가족들이 부검을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방 대법원 대법관들의 경호를 담당하는 미 유에스마셜은 스캘리아 대법관 사망 당시 현장에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캘리아의 주치의는 사망 원인에 대해 WP 인터뷰에서 “자연사”라고 설명했다.

스캘리아 대법관의 이번 리조트 방문은 홍콩 방문 직후 이뤄졌다. 그는 홍콩에서 책 사인회를 한데 이어 친구 한명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리조트로 12일 도착한 뒤 휴스턴을 관광하고 단체로 꿩 사냥을 했다고 전했다. 이곳에는 포인덱스터가 초청한 일행 35명이 먼저 와 있었다. 이날 밤에는 파티가 있었고 스캘리아 대법관은 다른 이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