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문제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통일연구원 원장을 지냈던 전성훈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의 2001년 논문이 눈길을 끕니다. 그는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미국의 NMD 구축과 한반도의 안전보장’ 논문에서 “사드와 같은 TMD(북한 등 제 3세계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해 동맹국을 방어한다는 축소형 방위구상) 상층방어체계가 NMD(미국이 추진한 탄도미사일방위계획.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국가미사일방위 체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도 쟁점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는데요. 15년 전에 쓰여진 논문임에도 TMD 체계 중 상층방어체계인 사드 운용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샀던 NMD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입니다.
전 비서관은 이 점에 대해 “미국이 주한미군의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할 경우 무작정 반대만 할 수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미간에 한반도 내에 배치 혹은 정박하는 TMD 체계가 전략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데 합의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방법을 위해 미국과의 정책선언 혹은 문서화된 각서를 만들 것을 주문했는데요. 그는 “NMD 체계의 한반도내 배치는 허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공개적 합의로 상층방어체계를 허용한다면 중·러의 반대도 무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비서관은 NMD 체계가 가져올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관계에 대해 우려했습니다. 그는 “주변 핵 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지상배치 NMD 체계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한국에 NMD 체계가 들어오면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 보복위협을 가할 수도 있고, 이런 정서를 활용해 미국을 설득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설령 NMD를 받아들여야하더라도 대미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전 비서관은 “NMD 체계를 일부 인정하더라도 미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는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영국이 NMD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유럽의 신속대응군 보유를 인정하는 대가를 얻었다”며 “우리 정부도 NMD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힐 경우, 전시작전권 통제권 환수나 NMD에 관련된 주한미군의 BM/C3 운용에 한국의 참여 보장, 한국의 독자적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위한 미국의 기술지원 등 다양한 반대급부를 제시해야한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