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보셨다면 어떻게 대응하셨을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는 15~19일 서울 종로구 삼표그룹 본사 앞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에서 금식기도회를 연다.
비정규직대책 한국교회연대 상임대표 남재영 목사와 공동대표 최형묵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사순절을 맞이하며 한국교회에 드리는 호소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은 한국교회가 겪게 될 고통입니다’를 발표했다. 남 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 여는 기도회로 금식을 시작, 서울 종로구 삼표그룹 본사 앞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에서 머물며 19일 오후 4시 마침 기도회까지 금식기도회를 진행한다. 최 목사를 비롯해 연대 기관의 목회자와 활동가들은 1일 또는 한 끼 금식기도로 동참할 예정이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교인들의 주일성수의 어려움, 교회생활에서 봉사와 헌신의 미온적인 태도, 헌금 감소로 인한 교회 운영상의 어려움 등 한국교회 안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비정규직 문제와 직결돼 있다”며 “그렇기에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교회가 자기 문제로 고백하고 앞장서서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오늘의 금식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살아온 이기적인 과거에 대한 회개이며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곁에서 눈물 흘리고 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보지 못했던 무지한 신앙에 대한 참회”라고 고백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남 목사와 최 목사에게 성경의 관점에서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지 물었다.
남 목사는 비정규직 문제가 이미 한국교회의 발등 위에 떨어진 불같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대책을 만들면서 한국교회가 친노동자적이지 않고, 오히려 친자본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음을 알게 됐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자의 문제인 동시에 이미 한국교회의 발등에 떨어진 불같은 문제다.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 됐다. 이는 곧 교인들 상당수도 이미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좋은 가전제품, 좋은 차, 갈수록 세상은 살기에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인간의 삶은 어려워졌다. 아버지가 벌고 어머니가 알뜰살뜰 살림해서 버티기 힘든 세상이 됐다. 부부 둘 다 나가서 벌어도 어려운 시대다. 교인들 역시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어렵다. 갈수록 교인 중에 헌금내기 어렵다는 분들이 많아진다. 헌금이 줄면 교회 운영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 목사는 마태복음 20장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를 설명했다.
“대다수 목사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 교회와 목회자 역시 작고 어려운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주류 대형교회의 논리에 따라 친자본, 반노동자 논리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한국교회는 각종 노동현장에서 발생하는 쟁의와 갈등을 비판적으로 본다. 작고 약한 것을 누추하게 여긴다. 성경에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수없이 많다. 생존권 위협해선 안 되고 임금체불 해선 안 된다. 마태복음 25장 ‘지극히 작은 자 한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도 있지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은 포도원 품꾼의 비유라고 생각한다. 포도원 주인은 품꾼들이 일한 시간과 상관없이 똑같은 품삯을 나눠준다. 이는 기회, 인간의 업적과 무관하게 일할 수 있고 인간다운 삶을 누려야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례적 정의보다 성경의 정의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하지만 한국은 비례적인 정의조차 지켜지지 않는 가혹한 현실이다. 한국은 끊임없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회가 됐다. 이런 저런 핑계로 인간을 차별화하는 것이 정당화된 세상 같다. 성경이 이렇게 말하는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의제기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현재 동양시멘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매우 참담하다. 해고 철회 및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던 해고노동자 중 상당수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해고노동자들이 농성 중 회사 측 관리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건과 관련, 농성 중 연행된 조합원들에게 징역 6월에서 길게는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회사 측 요구대로 노조를 탈퇴하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한 5명에겐 집행유예나 벌금삭감 판결을 내렸다.
이인용 동양시멘트 노동조합 부지부장은 “남은 10여명의 조합원이 감옥에 수감된 조합원들을 면회하고, 서울과 삼척을 오가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가 아무리 해도 안 되는 부분들이 많은데, NCCK와 교회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예수님이라면 비정규직 문제 어떻게 보셨을까?
입력 2016-02-15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