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혁 대표 대법관의 아름다운 동행 “때로 달랐지만 우린 최고의 친구였다” [영상]

입력 2016-02-15 14:49 수정 2016-02-15 21:19
오페라 ‘스캘리아/긴즈버그’의 한 장면. 홈페이지 캡처

미국 연방대법원 보수파의 ‘거두’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13일(현지시간) 사망하면서 그의 반대파이자 동시에 절친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3) 대법관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스캘리아가 1986년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지명으로 먼저 대법관이 됐고, 긴즈버그는 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

스캘리아 대법관이 보수적인 남성이라면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를 대변하는 여성 법조인이다.

지난해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두고 긴즈버그 대법관은 이 사안을 대법원이 심리하는 것을 환영하고 동성결혼을 적극 지지한 데 반해 스캘리아 대법관은 법원이 아닌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이처럼 이념 문제에서 대척점에 서있었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절친한 친구였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14일 스캘리아 대법관의 사망을 슬퍼하는 애도사를 발표했다.

세인들이 스캘리아 대법관에 대해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번뜩이는 재치의 소유자, 신랄한 판결문을 작성하는 능력자, 그리고 상냥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을 두고 다 맞는 설명이라며 훌륭한 법관이었다고 추모했다.

그러면서 “우린 때때로 동의하지 않았으나 최고의 친구였다”면서 “스캘리아의 반대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발표한 내 판결문은 초안보다도 훨씬 나았다”며 치밀한 법 해석으로 유명한 스캘리아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또 두 사람의 우정을 다룬 데릭 왕의 코믹 오페라 ‘스캘리아/긴즈버그’를 언급하며 “가수가 끝부분에 듀엣으로 ‘우린 다르지만 하나’라는 노래를 부른다”면서 “법을 해석하는 방식은 서로 달랐지만, 미국 헌법과 연방대법원을 숭상하는 건 같았다”고 말했다.

3살 연상인 긴즈버그는 스캘리아와 워싱턴DC 항소법원에 함께 재직하면서 우정을 쌓았다.

CNN은 두 판사가 상대편 가족과도 친해 함께 여행을 다니고 부부 동반으로 새해를 맞이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캘리아를 좋아하지만, 때론 목 졸라 죽이고 싶다”며 철저한 논리로 무장한 스캘리아에게 애증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