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벽에 초록색 창틀, 노란 베개와 빨간 이불. 우리가 알고 있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 ‘아를의 침실’ 속 풍경이다. 하지만 실제 반 고흐가 생활하던 침실 벽의 색과 그가 처음에 칠한 색, 그리고 우리가 그림을 통해 보고 있는 색이 모두 다르다면?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미술관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 ‘아를의 침실’의 배경이 된 방의 원래 벽 색깔과 반 고흐가 실제로 칠한 색깔은 현재 전시돼 있는 작품처럼 파란색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미술관이 작품의 작은 조각을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반 고흐가 당시 그림에 칠했던 색은 파란색이 아니라 보라색이었다. 그리고 반 고흐가 살던 방의 실제 벽은 흰색이었다. 즉, 반 고흐는 흰 벽을 보라색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약간 보랏빛이 도는 밝은 파란색으로 변색된 것이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작품의 과학적 보존 업무를 담당하는 프란세스카 카사디오 박사는 “이같은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당시 반 고흐의 감정적인 틀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로서 흰색이 보라색으로 해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 고흐가 당시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도 “벽을 창백한 보라색으로 칠했다”는 내용이 있다.
그림의 배경이 된 곳은 반 고흐가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전 폴 고갱 등 동료들과 함께 살던 프랑스 남부 아를의 집이다. 화가가 빈 방을 그리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반 고흐가 침실의 모습을 세 점이나 그렸다는 사실은 그곳을 예술가들의 공동체로 만들어 ‘집’이라고 부르고 싶었던 그의 소망을 보여준다고 인디펜던트는 설명했다. 그는 37년간 살면서 37곳을 떠돌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 고흐는 고갱을 흠모했지만 1888년 ‘아를의 침실’ 첫 번째 작품을 완성한 뒤 고갱과 불화를 겪었고, 고갱이 떠나버리자 낙담한 나머지 자신의 왼쪽 귀를 잘랐다. 이후 1889년 두 번째와 세 번째 ‘아를의 침실’을 그렸다. 그림들은 각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카고, 프랑스 파리에 있다.
카사디오 박사는 “1889년의 작품들은 첫 번째 작품보다 색감이 더 우울하다”면서 “반 고흐에게 많은 심리적 변화가 있었고, 그것들이 작품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반 고흐 '아를의 침실' 속 벽은 원래 보라색으로 칠해졌었다
입력 2016-02-15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