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서 2년 이상 일한 하청업체 직원…법원 “고용의사 표시해야”

입력 2016-02-15 14:25
현대자동차 연구소에서 2년 이상 근무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현대차가 ‘고용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른 공장 근로자와 동일한 업무를 한다면 직접 고용 의무가 있다는 취지다. 근로기간 2년 초과분 임금에 대해선 정규직과의 차액만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9∼10년간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해 온 박모씨 등 4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현대차는 박씨 등에게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박씨 등이 각각 청구한 3800만~4000만원에 대해서도 “현대차는 정규직원 대비 임금 차액을 이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박씨 등은 2005∼2006년부터 현대차의 신차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남양연구소에서 시험용 자동차의 도장업무를 했다. 이들은 모두 현대차와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도급업체가 몇 차례 교체되고서도 모두 고용이 승계됐다. 2014년 10월 박씨 등은 현대차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진정한 도급계약과 근로자 파견계약(위장 도급계약)을 구분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박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씨 등은 도급계약이 아니라 현대차에 파견돼 현대차의 직접 지휘·명령을 받은 파견계약 근로자”라며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따라 최초 입사일로부터 2년이 지난 이후부터는 현대차가 직접 고용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 등이 현대차 양산공장 내 도장공정에서 일한 근로자들과 실질적으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담당해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임금 차액을 배상하라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현대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현대차의 사내 하청을 불법 파견으로 확인한 바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