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여름 하복을 입고 근무할 수 밖에 없다. 북한 강원도 주둔 여단에서 군사 복무를 했던 한 탈북자는 "인민군은 1년 내내 고통이 뒤따른다. 겨울은 '살아서 지옥을 체험한다' 할 만큼 악조건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인민군은 10명 중 7명이 피부 질환을 가지고 있다. 군의소에서 동상은 병으로 취급되지도 않는다. 단순한 군대병으로 치부되고 만다. 군 당국은 투철한 정신력만이 최고의 치료약이라고 세뇌시킨다.
그는 "동상이 심할수록 선임병사다. 그만큼 군대 내에서 오랜 시간동안 복무했기 때문에 동상으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해 발 끝이 까맣다. 그나마 여력이 있는 선임 인민군들은 비닐이라든지, 두꺼운 양말을 이용해 동상을 피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동상에 걸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것은 위생적인 문제다. 추운 날씨 탓에 인민군은 겨울 내 몸에 물을 묻히지 않는다. 따듯한 물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겨울철 야외 훈련에서 보통 영하 40도 혹한 속에서 근무생활을 하는데, 선임들은 하급 병사에게 온수를 가져오라고 명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급 병사들은 장교들이 씻고 남은 따듯한 물을 선임들에게 가져다준다. 선임들은 그 물로 세수와 몸을 닦고, 발을 씻는다. 북한의 겨울철이 워낙 추워서 선임들이 모두 씻고나면 물이 금방 차가워진다. 결국 하급 병사들은 차가운 물에 씻을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에서 내리 씻다보니 전염병이 생기고, 금방 전염된다"고 덧붙였다.
인민군 출신 또다른 탈북자는 "선임들은 하급 병사들에게 '몸과 군복에 붙어 있는 때가 찬바람을 막아주니 안 씻어도 된다'라고 강조한다. 북한에서 선임과 하급 병사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얼굴을 보면 된다. 얼굴에서 못 씻은 티가 많이 날수록 하급병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하나, 인민군들은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그 냄새가 심할수록 하급병사다. 굉장한 악취가 나는데, 서로 익숙해지다보면 괜찮아진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민군의 선임과 후임을 가르는 기준은 '동상, 외모, 냄새'다. 동상은 그 피해가 심하지 않을수록, 외모는 더러울수록, 냄새는 악취가 날수록 하급 병사다. 현재 북한 인민군 실상을 보여주는 민낯인 셈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