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복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서울 서소문공원을 찾았다. 교황이 15m 높이의 순교자 현양탑 앞 제대에 헌화하고 참배하는 모습이 방송되자 전 세계 13억 가톨릭 교인들은 서소문공원을 주목했다.
서소문공원 부근인 서소문 밖 네거리는 조선시대 죄인들을 처형하던 장소였다. 특히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곳이다. 이곳에서 숨진 천주교인 중 44명은 성인반열에 올랐고 25명이 추가로 시성될 예정이다. 국내 최대 천주교 성지이자 세계 최대 성인 배출지로 꼽히는 이유다.
서소문공원은 이러한 역사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서울역 철길로 인해 주변과 단절된 채 도심속 고립된 노숙인 쉼터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조선 후기 사회변화와 종교적 상징성을 띤 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서울 중구(구청장 최창식)는 17일 오후 2시 의주로2가 서소문공원 광장 일대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과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소문역사공원 기념공간 건립공사’ 기공식을 갖는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공사에는 국비 230억원, 시비 137억원, 구비 93억원 등 총사업비 460억원이 투입돼 2017년 말까지 서소문공원 일대(2만1363㎡)를 리모델링한다. 지상은 역사공원으로, 지하는 순교성지와 순교자 추모 등을 표현하는 기념공간 등으로 조성된다.
올해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는 1단계 공사를 거쳐 박물관에 준하는 역사전시장과 기념타워, 하늘광장, 기념전당 등 복합공간이 들어서는 2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면 2018년 상반기에 개방될 예정이다.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처형장으로 사용하다가 일제 강점기부터 수산청과시장이 들어섰고 1976년 1만7340㎡ 면적의 근린공원으로 바뀌었다. 시청으로부터 약 1㎞ 떨어져 있고 숭례문이 약 500m 거리에 있다. 공원화사업이 추진중인 서울역고가와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다.
중구는 서소문공원을 특정종교와 관계없이 일반인도 즐겨 찾을 수 있는 관광명소 겸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소문공원과 중림동 지역을 철도 복개 등의 방법으로 도심과 연결하고, 서울역 북부개발로 들어설 컨벤션센터의 녹지 축과 연결하면 4만1000㎡의 대형 녹지공간이 생긴다.
중구는 서소문공문을 명동성당, 약현성당, 당고개성지, 절두산성지, 새남터와 연결하는 세계적인 성지순례 코스로 조성해 종교인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과 외국관광객들이 찾아오는 대한민국 명소 1번지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최창식 구청장은 “우리는 그동안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을 경시한 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근현대 역사와 스토리를 담은 서소문성지를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해 천주교인 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들도 찾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프란치스코 교황 찾은 서소문공원, 2018년 역사문화공원으로 거듭난다
입력 2016-02-15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