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계산서만 줘, 10% 돌려줄게" 국가보조금 사기 전통주 판매업자 재판에

입력 2016-02-15 11:14

“전통주 인터넷 쇼핑몰을 제작한 것처럼 651만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 부가세 10%를 포함해 716만1000원을 송금해줄 테니, 나중에 651만원만 돌려 달라.”

전통주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고모(58)씨는 2013년 6월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업자 양모(46)씨에게 전화를 걸어 거짓 세금계산서 발행을 부탁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평창군 등이 주관하는 사업에서 보조사업자로 선정돼 각종 국가보조금과 군비지원금을 지원받기 위한 작업이었다. 양씨는 고씨의 제안에 따라 2014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줬고, 결국 2억원에 가까운 보조금이 엉뚱하게 지급됐다. 이는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고씨는 양씨로부터 제출받은 세금계산서로 2013년 11월 서류를 꾸려 aT에 제출했다. 실제로는 거래단가를 부풀리고 거래처에 돈을 돌려준 ‘페이백 방식’으로 만들어낸 가짜 증빙이었다. 지출되지 않은 면세점과 음식점용 카달로그 디자인 비용, 홈페이지 디자인 리뉴얼 비용이 발생한 것처럼 아예 허위의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고씨는 ‘2013 중소식품기업협력지원사업’ 관련 국가보조금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5069만39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고씨는 협력지원사업이 실제로 진행된 것처럼 직원들의 인건비 지급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12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전통주 관련 단체의 직원들에게 120만원~590만원씩을 각각 급여 및 성과급인양 계좌이체 한 뒤 즉시 되돌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고씨는 인건비 지급내역을 서류로 꾸며 aT에 제출하고 국가보조금 명목으로 1986만3058원을 받았다.

고씨와 양씨는 이후 평창군이 진행한 ‘중소기업 수요자 맞춤형 기업지원사업’과 ‘특산주 육성지원사업’과 관련한 군비지원금 2435만원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가 고씨가 가진 회사의 제품과 포장 디자인 개발을 해주고 돈을 받은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고씨가 공무원에게 제출해 지출에 따른 지원금을 타내는 방식이었다. 허위로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 작업 등을 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고씨는 양씨뿐 아니라 주류 품질관리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 운영자 정모(65)씨를 통해서도 컨설팅 비용 등을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도 계산서만 발행해 주면 차액을 되돌려 주겠다는 조건이었고, 정씨는 제안에 응했다. 고씨는 2013년 9월 평창군에서 군비지원금 1150만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는 사기 및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고씨로부터 부가세 등 차액을 돌려받으며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준 양씨와 정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공공부문의 구조적 비리 척결 의지를 보이는 법무부는 올해 보조금 횡령 등 국가재정 침해사범을 집중 단속할 방침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상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