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학생 4명 중 1명 이상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 실력이 기초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학력 미달은 거주지역, 한부모 가족, 사회경제적 취약성 등 생애에 걸쳐 누적된 다양한 장애물과 불이익의 산물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경제적 여건과 학업 수준이 다양한 학생이 함께 공부할수록 수학 기초학력 미달률은 낮았다.
OECD는 최근 34개 회원국을 포함해 64개국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2012년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분석해 14일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기초학력 미달 OECD국가에서도 25%=OECD에 따르면 15세 학생 4명 중 1명 이상(28%)은 읽기, 수학, 과학의 3가지 평가과목 중 적어도 한 과목 이상에서 성취도가 기초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OECD 국가 학생은 450만 명, PISA 2012에 참여한 전체 64개국(도시) 1300만명 학생이 해당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low-performing students)은 PISA에서 레벨2 미만을 받은 학생으로 분명한 방향과 단일 정보를 제공하는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할 수 있고 복합적인 정보나 추론을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을 말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눈금을 보고 탱크에 기름이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하지 못하거나 아스피린 병의 투약 지시서를 이해하기 힘들다.
한 과목에서 기초학력에 못 미치는 학생은 대개 다른 과목에서도 미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에서 한 과목 이상이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 중 세 과목 모두가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의 비율은 약 43%다. 전체 학생 대비 12%에 이른다.
보고서는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줄이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OECD 국가 평균 2012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읽기의 경우 2000년 대비 1.6%, 과학은 2006년에 비해 2.1% 감소했지만 수학은 2003년과 비교해 오히려 0.7% 증가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학업 성취도가 낮은 학생은 학교 중도이탈의 위험이 더 높고 다수 인구가 기본적 인 능력이 부족할 경우 국가의 장기 경제성장을 심각하게 손상시킨다”고 지적했다.
◇왜 기초학력 못 따라갈까=기초학력 미달은 여러 가지 요인이 누적되면서 복합적으로 나타난 현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OECD 국가 평균적으로 △농촌 지역에서 거주하고 △한부모 가족이며 △이민 배경을 가지고 △학교에서 배우는 언어와 다른 언어를 가정에서 사용하며 △유아교육을 받지 않았고 △유급 경험이 있으며 △직업교육 트랙에 등록한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의 △소녀가 학업성취도가 기초수준에 미달할 가능성이 83%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취약계층 학생들은 학업에 지장을 받는 위험요인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다 이런 위험요인들이 취약계층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더 강력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인내심, 동기 및 자신감이 더 낮고 수업이나 학교를 결석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였다. PISA 시험 전 2주 이내 기간에 한번 이상 결석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수학 기초학력 미달 확률이 3배 정도 높았다.
또 OECD 국가 평균적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은 수학 숙제에 기초수준 이상인 전체 학생보다는 2시간, 같은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보다는 1시간이 짧은 주당 3.5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 대목을 두고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줄이려면 숙제를 더 많이 내기보다는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양한 계층 섞인 학교가 낫다=OECD 국가 평균적으로 수학 기초학력 미달학생 발생비율의 35% 정도는 학교 간 차이로 설명된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발생률은 보다 지원적이고 사기가 높은 교사가 있는 학교와 부유층과 취약계층이 함께 재학하는 학교에서 더 낮았다.
이런 학교일수록 수학 기초학력 미달학생의 비율은 줄고 최상위 학업성취 학생의 비율은 약간 증가했다. 또 교육과정 및 평가에서 학교의 자율성이 높을수록 수학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감소했다.
반면 학교 내 능력별 분반은 수학 기초학력 미달 학생 발생비율을 높이고 최상위 학업성취 학생의 비율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교육자원과 학생을 보다 공평하게 학교에 배분하는 학교 체제는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학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를 감소시키는 것에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가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원적 학교 학습환경 조성, 학부모와 지역사회 참여 장려, 기초학력 미달 학생 파악 및 맞춤형 정책전략 설계·지원, 유아교육 접근 불평등 축소 등 국가와 지역적 환경에 맞는 다각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OECD 회원국 학생 4명중 1명 기초학력 미달…다양한 계층 섞은 학교가 낫다
입력 2016-02-14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