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전 상임고문과 정대철 전 고문이 13일 전북 순창을 방문해 정동영 전 의원과 전격 회동했다. 권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원에게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과 정 전 고문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정 전 의원의 순창 집으로 찾아가 2시간가량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이훈평 전 의원과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도 동행했다.
권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 “60년 정통야당의 적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후보였던 정 전 의원도 그 한 축으로서 함께 하자. 무소속으로 나가면 절대 안된다”며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 우리도 입당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 일행은 정 전 의원이 전화를 받지 않자 일단 순창으로 내려가면서 방문하겠다고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 김원기 상임고문 등 더민주 일부 인사들도 정 전 의원에게 연락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권 전 고문은 김대중정부 시절 정동영 당시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쇄신파의 2선 후퇴 요구에 밀려 ‘순명(順命)’이란 말을 남기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정 전 의원과 정치적 구원으로 얽힌 관계이기도 하다.
정 전 의원은 이번 4·13 총선에서 전주 덕진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로 당초 설 연휴 직후 무소속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중단 사태 등으로 인해 일정을 연기했다. 다만 SNS 등을 통해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 조치를 비판하는 등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정 전 의원은 특히 대북 문제에 대한 최근 더민주 김 대표의 ‘우클릭’ 입장에 대해 “야당의 정체성에 대한 훼손”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측 인사는 “정 전 의원은 김 대표가 ‘북한 궤멸’ 발언에 이어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조치에 대해 양비론적 시각을 드러낸 것에 실망감을 표출했다”며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긴 하지만, 개성공단 문제에 접근하는 더민주의 태도가 더민주 합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다음주 중 거취에 관한 최종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도 이날 전북 익산시청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정 전 의원이 우리 당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권노갑, 정동영 만나 '국민의당' 합류 요청…鄭 총선 출마 선언은 다음주
입력 2016-02-13 22:53 수정 2016-02-13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