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삐라에 연설까지 “죽탕쳐 버리겠다”… 무슨 뜻?

입력 2016-02-13 17:32 수정 2016-02-13 18:43

북한이 대남전단지(삐라)와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의 연설을 통해 연이어 사용한 ‘죽탕 치다’는 무슨 뜻일까.

1994년 남북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사용했던 ‘서울 불바다’, 2011년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사용했던 ‘핵 참화’에 이어 이번에는 ‘죽탕치다’라는 위협적 표현이 한반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박영식 부장이 백두산 밀영결의대회 연설에서 “미제(미국)와 그 추종 세력들이 우리 공화국(북한)의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하면 원수들을 씨도 없이 모조리 죽탕쳐 버리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시작돼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으로까지 이어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속에서 박영식 부장은 ‘죽탕 치다’라는 위협적 표현으로 도발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달 남측으로 날린 전단지에서 “함부로 짖어대면 무자비하게 죽탕쳐 버릴 것”이라며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죽탕은 ‘땅이 질어 뒤범벅이 된 곳이나 그런 상태’ 또는 ‘맞거나 짓밟혀 몰골이 상한 상태’를 의미한다.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두산백과사전은 표준어로 분류했다. 다만 죽탕에 ‘치다’를 넣은 관용구는 북한어다. 두산백과사전은 ‘쳐서 몰골을 볼품없이 만들다’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영식 부장은 ‘서울 불바다’ ‘핵 참화’처럼 전쟁의 참상을 극단적으로 묘사해 남측에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목적으로 “죽탕쳐 버리겠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네티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불바다, 핵 참화가 안 먹혀 새로운 말을 개발한 것인가” “북한이 요즘 미는 단어는 ‘죽탕쳐 버린다’인가”라는 의견이 SNS 타임라인으로 쏟아졌다. ‘죽탕 치다’는 한때 트위터 검색창에서 자동 완성될 정도로 네티즌들의 검색량이 증가했다.

한 네티즌은 “남측은 죽창(흙수저의 반발을 의미하는 네티즌 신조어), 북한은 죽탕, 한반도 꼴이 말도 아니다”라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