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 성난 美의회, 역대급 대북제재안 처리

입력 2016-02-13 02:16
미국 의회가 12일(현지시간)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결국 고강도 채찍을 꺼내 들었다.

북한만을 겨냥한 첫 대북제재법안(H.R. 757)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대북제재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지만, 상·하원 한 곳에서 제동이 걸려 행정부로 넘어가지는 못했다.

미 하원은 이날 역대 발의된 관련 법안 중 최강으로 평가되는 이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08표, 반대 2표로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상원이 지난 10일 통과시킨 지 불과 이틀 만에 법안을 이례적일 만큼 신속하게 표결처리한 것이다.

애초 이달 말로 예상됐던 법안 처리가 앞당겨진 것은 미 의회가 그만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이번 대북제재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 의회는 당을 불문하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도발을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신속성과 정치적 의지 측면에서 미 의회가 전례 없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원은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달 12일 대북제재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후 상원 외교위(1월28일)와 본회의(2월10일)에서도 추가 심의 없이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상원 처리 과정에서 내용이 일부 변경되자 하원은 이날 수정 법안을 지체없이 다시 통과시켰다. 미 의회 규정상 상·하원이 동일안을 통과시켜야 행정부로 넘길 수 있다.

미 의회에서 연간 발의되는 8천∼1만여 건의 법안 중 상·하 양원을 통과하는 법안이 300여 건에 불과하고, 또 이들 법안이 의회 통과에 걸리는 시간도 평균 4∼8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북제재법안은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처리된 것이다.

이런 절차와 함께 대북제재의 내용도 최강이자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동아태 소위 위원장의 관련 법안 내용을 합친 이 법안은 대북 금융·경제제재를 강화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 사이버 공격능력 향상, 북한 지도층 사치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는 달러 등 경화의 획득이 어렵도록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관련자들에 대해 의무적으로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흑연을 비롯한 북한 광물이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광물거래에 대해서도 제재를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제재의 범위를 북한은 물론 북한과 직접 불법거래를 하거나 북한의 거래를 용이하게 하는 자 또는 도움을 준 제3국의 '개인'과 '단체' 등으로 확대할 수도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對) 이란 제재처럼 포괄적이고 강제적인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과는 달리 미 정부에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재량권을 보장하는 내용이지만, 중국이 지금처럼 계속 대북 제재에 미온적일 경우 미 정부가 언제든 이 조항을 발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과 더불어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측면이 크다.

미 정부는 현재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은 작동하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는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는 없다"(존 케리 국무장관)는 강경 입장 속에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으나, 중국은 대북 제재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미국 주도의 초강경책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