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강제 수용’ 나우루섬 수용소, 호주 정부 언론대응 지침 폭로돼

입력 2016-02-12 18:49 수정 2016-02-12 18:54
지난달 보도된 나우루섬 난민 어린이의 모습 (출처: CNN 캡쳐)

“수용소 문제에 대해 질문 받으면 ‘나우루 정부의 문제’라고 답하라”

주변국에 강제 난민 수용소를 운영해 국내외로부터 규탄을 받고 있는 호주 정부가 관료들에게 내린 언론대응 지침이 폭로됐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호주 정부가 관료들에게 나우루섬 관련 답변 지침을 내린 문서를 전날 입수해 보도했다. 호주 정부는 나우루 공화국 등 가난한 주변 국가에 대가를 지불하고 자신들 소유의 수용소에 500명 이상의 난민들을 강제로 가둬왔다.

로이터는 이날 보도한 115페이지 가량의 문서에서 호주 외무부 관계자가 각부 관료와 장관들에게 나우루섬 수용소 문제에 대해 침묵할 것을 주문하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문서에 따르면 호주 관료들은 외무부로부터 나우루섬에 취재 제한 조치가 내려진 데 대해 “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 나우루 정부 고유의 권한”이라고 응답할 것을 종용받기도 했다. 지난달 CNN 보도에 따르면 나우루 정부는 기자들이 이곳을 방문할 시 수감자들을 인터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와 함께 취재 내용에 대해 정부의 검열을 거친다는 서명을 받는다. 사진과 영상 촬영, 음성 녹음은 모두 금지된다.

또 다른 문서에는 지난해 6월 호주 야당 국회의원 3명이 나우루 국회 앞에서 수용소 문제에 항의하다 체포된 일에 대한 발언 지침도 실렸다. 이 문서는 “호주 정부가 나우루 법이 자의적으로 바뀌는 걸 무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항의가 어느 정도의 주의를 끌고 있는 것은 이해한다”고 하라며 “이 문제들이 나우루의 지역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존중한다”고 발언하라고 지시했다.

문서에는 해당 사건에 대해 호주 외무장관이 나우루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도 실렸다. 사건 발생 5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문서에서 비숍 외무장관은 바론 와카 나우루 대통령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야당 국회의원 체포에 대해 “계속해서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공청회가 진행과정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호주 정부의 행태가 이웃나라인 뉴질랜드와도 대조된다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나우루 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지난해 11월 나우루 법무부에 보조하던 120만 뉴질랜드 달러(약 9억5000만원)를 동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