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실패 비관' 아내와 딸 살해한 비정한 가장 징역 35년형 확정

입력 2016-02-12 14:40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해 아내와 딸을 살해한 50대 가장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1)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2009년 퇴직한 박씨는 2년 정도 뒤부터 주식에 손을 댔다. 살던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2억7000만원을 대출받고, 부모에게서 5000만원을 빌렸다. 그러나 투자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경제 형편이 극히 어려워졌다. 박씨는 이를 비관해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자살하기로 마음먹었다. 2014년 12월 수면제를 탄 맥주와 우유를 아내와 딸이 마시게 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러나 정작 박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는 않았다.

박씨는 법정에서 가족들이 자신의 동반자살 제안에 동의했다고 항변했다. 범행 전날 “번개탄을 피워 같이 죽자”고 하자 아내와 딸이 “괴로워 살고 싶지 않다” “엄마, 아빠가 없으면 살기 힘들다”고 대답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들이 일시적인 감정으로 그렇게 말했을 뿐 살인을 진지하게 승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형량을 징역 35년으로 늘렸다. 박씨의 장인·장모가 엄벌을 요구했다. 범행 당시 군대에 복무 중이라 화를 면했던 아들은 재판부에 참담한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아들은 “제대하고 집에 돌아가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허무하고 참담한 기분을 느낍니다. 도저히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용서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용서를 빕니다”고 적었다.

2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유리한 사정을 모두 감안한다 해도 징역 25년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