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 100년 전인 1915년에 예견한 현상 가운데 마지막 남은 ‘중력파’의 실체가 마침내 입증됐다. 중력파란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듯 블랙홀 등 우주 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강력한 중력이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가 시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중력파 검출을 시도했지만 실체가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초로 블랙홀이나 중성자성과 같이 질량이 큰 물체들 주변에서 형성돼 공간과 시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으로 믿어지는 중력파의 존재를 직접 측정 방식으로 탐지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견은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데 큰 구멍을 메워 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로 꼽힌다.
라이고 연구팀은 1차 관측을 시작한 지난해 9월 12일부터 약 16일간 가동 기간 중에 수집한 데이터로 이를 발견했다. 이 중력파는 태양 질량의 36배(오차 감안한 범위 32∼41배)와 29배(오차 감안한 범위 25∼33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지구로부터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충돌해 합쳐지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중력파는 두 블랙홀이 중력파를 내면서 점차 접근해 충돌하기 직전 약 0.15초간 방출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충돌한 두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2배에 달하는 하나의 블랙홀로 변했고, 이 과정에서 태양의 3배에 해당하는 막대한 질량이 중력파 에너지로 빠져 나가 소멸했다. 이 관측의 통계적 신뢰도는 5.1 시그마(σ) 이상으로, 우연히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500만분의 1 이하에 해당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관측된 중력파의 진동수 범위는 30∼150 헤르츠(Hz)이며, 최대 진폭은 10의 21거듭제곱분의 1이었다. 이는 1광년의 길이에 머리카락 굵기 정도 수준의 극히 미세한 변화가 생기는 데 해당한다.
라이고 연구진은 레이저를 서로 수직인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경로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공간의 뒤틀림을 측정했다. 또 약 3000km 떨어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리빙스턴과 워싱턴 주 핸퍼드에서 두 개의 검출기를 동시에 가동해 가짜 신호와 진짜 신호를 구분했다.
라이고 연구는 1980년대에 라이너 와이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 캘리포니아공과대의 킵 손 명예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명예교수에 의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수단으로 처음 제안됐다. 이들은 이번 연구가 과학계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면 올해 가을 발표될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의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논문은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릴 예정이다.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과학계는 블랙홀의 생성과 흡수, 중성자별의 충돌 등 천체 생성과 작동원리 등 우주 탄생의 많은 비밀을 알아내는 데 이 발견이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 입각해 중력파의 존재를 주장했지만 그는 중력파를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정승훈 이종선 기자 shjung@kmib.co.kr
100년 전 아인슈타인 예견했던 중력파 발견… “우주비밀 풀 열쇠”
입력 2016-02-12 01:15 수정 2016-02-12 09: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