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1일 밤늦게 서울에 도착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임원 이모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관계자가 위압적이지는 않았지만 매우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북한이 추방시한으로 정한 오후 5시30분(평양시 오후 5시) 허겁지겁 물품을 챙겨 나와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검문까지 마쳤으나 ‘갑자기 돌아가라’는 제지를 받았다고 했다. 공장 물건을 최대한 챙겨 나온 것이 문제였다. 북한측은 “개인물건 외에는 일절 가져갈 수 없다”면서 “돌아가서 짐 내려놓고 일단 계속 대기하라”고 했다.
당초 12일 철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이씨는 북한측이 5시까지 철수하라고 재촉했다 ‘다시 돌아가 대기하라’고 해 최악의 경우 억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공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면서 “일부 언론들이 ‘공장을 봉인하느라 늦었다’고 보도했다는데 그 정도의 여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 관계자들이 시간에 쫓기듯 “빨리빨리 나갈 채비를 하라”고 독촉해 당황스러웠다는 이씨는 “바이어들에게 주문받아 만든 완제품을 놔두고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지금 경황이 없다”면서도 “피로감보다는 무사히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의류업체의 한 임원은 “모두 안전하게 돌아와 다행”이라면서 개성공단과 연락이 끊겼던 2시간 남짓 동안에 불길한 생각에 앞이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6시쯤 ‘완제품과 부품 등을 차에 싣고 나오다 걸려 공장으로 되돌와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개인물건만 챙겨 통보하는 시간까지 대기하라”는 북측의 지시를 받았다고 직원은 전했다. 오후 8시쯤 “별 다른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은 이후 연결이 끊겼다는 것.
개성공단에 남아 있던 우리측 인원 280명은 이날 밤 11시05분쯤 전원 무사 귀환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억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입력 2016-02-12 00:01 수정 2016-02-12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