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익 감독은 영화 ‘동주’ 캐스팅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만난 황정민이 강하늘과 박정민을 각각 윤동주, 송몽규 역에 추천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얘기다. 놀랍게도 이준익 감독은 그 전부터 이미 두 사람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이준익 감독은 “내가 원래부터 (캐스팅)하려고 했는데 황정민이 얘기를 해서 ‘에이, 선수 뺏겼네’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물망에 오른 배우조차 없었단다. 그는 “(후보는) 단 한 명도 없다”며 “다른 누구에게도 시나리오를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유아인 얘기가 나왔다. “(유)아인이는 시나리오도 안 보고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안 된다고 그랬지.”
전작 ‘사도’에서 함께한 유아인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대세 배우로 떠오른 그의 스타성 때문이었다. 자칫 배우 유명세에 윤동주라는 인물이 가려질까 염려됐다. 그의 연기력에 대해선 물론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내 다음 작품이 동주라는 기사가 나온 걸 보고 아인이가 ‘감독님 그거 내가 하면 안돼요?’ 물은 거죠. 그래서 ‘안돼’ 그랬어요. 근데 걔는 또 ‘왜요’라고 안 물어봐. ‘에이’ 그러고 말았지. 그리고 나중에 (강)하늘이 만나서 ‘하늘씨 부러워요. 동주 하늘씨가 한다고 감독님한테 까였어요’ 그랬대(웃음). 자기가 그렇게 얘기를 한 거지, 난 나중에 전해 들었어요.”
한참 설명하던 이준익 감독은 문득 “아인이 얘기는 그만 쓰라. 하도 많이 나왔잖나”라며 말을 줄였다. 동주와 관련해선 가십성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작품에 담긴 메시지와 윤동주의 생애가 주목받길 바란다고 그는 당부했다.
동주는 일제 치하에 독립을 갈망하다 스물여덟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강하늘)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의 청년기를 그린 영화다. 암울했던 1940년대를 담담한 문체로 흑백 스크린에 녹여냈다. 오는 17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