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북한 장거리 로켓(미사일)에 자국산 부품이 사용됐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사과를 요구했다고 모스크바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북한발 로켓 발사가 한국-중국 간 외교분쟁 우려에 이어 한국-러시아 불협화음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등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등 북한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에 동조해왔기에, 이런 의혹 제기에 더욱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보도에서 “최근 한국 연합뉴스가 한국 국회의원을 인용해 북한 미사일에 러시아 부품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 미하일 울리야노프 비확산·군비통제국장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로시야 시보드냐 통신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가 북한의 로켓부품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는 무책임하고 아주 비전문가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만일 한국 정부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결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북한에 불법적으로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사과하기를 조언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는 북한과 같은 나라들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하지 못하게끔 군비 확산에 관한 국제 기준을 준수하기로 이미 서명한 나라”라고 덧붙였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긴급 소집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주요 부품이 러시아산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러시아산 부품이 북한에 의해 빼돌려진 것일 수 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러시아, '北로켓에 러 부품 사용' 국가정보원 보고에 발끈
입력 2016-02-11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