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메인(주소)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먼저 등록한 사람이 임자일까요, 그 도메인과 가장 연관성이 있는 사람(또는 법인)이 주인일까요?
설 연휴인 지난 9일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도메인 주소를 둘러싼 법원 판결이 화제였습니다. 라인이 정식서비스를 하기 전 ‘www.line.co.kr’ 주소를 갖고 있던 개인에게 “이 주소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판결한 사안입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선 ‘대기업의 횡포’ ‘도메인 알박기’ 등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도메인 주소를 보유할 적법한 자격은 과연 어떤 걸까요? 법원 판결문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판결문을 통해 본 사실관계
이른바 ‘라인 도메인 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 A씨의 부친은 차선 도색 전문 업체를 운영하며 2010년 4월 ‘www.line.co.kr’이란 주소를 등록합니다. A씨가 부친에게 이 주소를 받은 건 2013년 12월입니다. 라인은 2011년 6월 23일 일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라인 측은 2015년 1월 ‘A씨가 보유한 주소를 말소해 달라’며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합니다. 위원회는 넉 달 뒤 ‘A씨가 이 주소를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는 건, 라인 측의 사용 등을 방해하거나 제3자 판매 등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도메인 말소 결정을 내립니다.
A씨는 이 결정에 반발해 소송을 냅니다. 도메인 주소를 말소할 의무가 없다는 걸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취지입니다. A씨는 이미 라인 서비스 이전에 주소를 등록해 차선도색관련업체 및 관련 협회의 홈페이지 주소로 계속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line'이 보통명사로 차선 등을 포함한 선(線)의 의미가 있으므로 이 주소를 사용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인터넷 도메인’ 적법한 보유 자격은?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기영)는 관련 법령을 살펴봤습니다. ‘인터넷주소자원법’ 제12조는 도메인 주소의 부정한 사용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제1항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 이름 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 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항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 이름 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법원에 그 도메인 이름 등의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부는 법령에 따라 사건을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①라인에 도메인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權原·법률적 근거)’이 있는지 ②A씨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두 가지 모두 해당된다면 관련법에 따라 도메인 말소 결정은 적법합니다.
먼저 라인의 자격 여부입니다. 재판부는 △라인이 2015년 6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전 세계 4억 명 이상에게 널리 알려진 점 △2014년 상표권을 취득하고, ‘line'이 라인 측 알파벳·한글 음역과 동일한 점 △동종업계 및 인터넷 이용자에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인식된 점을 종합해 “라인 측이 해당 도메인 주소와 직접적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고, 보호를 받을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은 A씨의 ‘부정한 목적’에 관한 부분입니다. A씨는 2010년 차선 관련 업체의 블로그 주소로 연결(포워딩)했다고 하지만, 2010년 10월 이후 블로그에는 글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 주소는 ‘line’과 다른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A씨가 2013년 7월 포워딩한 차선도색협회의 인터넷카페 주소는 ‘roadmaking’이었습니다. 그는 2014년 12월 ‘line’ 주소를 경쟁사인 다음카카오 웹페이지로, 다음해 1월엔 쇼핑몰 웹페이지로 포워딩했습니다.
A씨는 다음카카오에 주소를 연결한 이유에 대해 “(다음카카오에) 이력서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 등을 쉽게 저장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연결했다”고 주장합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만약 인정하더라도 차선도색협회와 무관한 곳에 약 2주간 포워딩한다는 건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이 도메인 주소를 차선도색협회의 인터넷카페 주소로 실질적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2014년 12월 A씨가 ‘라인’이란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했을 때는 이미 라인이 모바일 메신저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므로, A씨에게 이를 이용한 유인가능성 의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2015년 3월 라인 측이 도메인 양도 제안을 하자 A씨가 미화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을 요구한 점 등에 비춰 A씨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라인 측에 도메인 주소 말소를 청구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본 겁니다.
인터넷 도메인 주소는 제한된 자원입니다. 널리 알려진 특정 상표나 단어 등을 사용할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인터넷주소자원법’을 제정한 취지 중에는 ‘부정한 목적의 도메인 이름 선점(先占) 등록을 금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인터넷주소의 사용을 보장 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도메인 알박기’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자는 취지입니다.
대기업이든 일반 국민이든 선의의 피해자는 막아야 합니다. A씨는 항소해 다시 한번 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도메인 주소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와 닿습니다. 도메인 주소를 ‘재산’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라인 측이 합당한 대가를 내고 구매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 법은 도메인 주소의 등록·보유자는 이를 상당기간 실질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도메인 주소’를 보유할 적법한 자격이 무엇인지 저희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는 왜 도메인을 잃었을까… 판결문으로 본 ‘라인 도메인 분쟁’
입력 2016-02-11 17:23 수정 2016-02-11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