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이럴 때 각 정당들은 대변인이나 공보실 명의의 논평을 통해 정부 정책을 평가하고 잘됐다면 칭찬을, 잘못됐다면 비판과 대안을 촉구하기 마련이다. 국외 안전보장을 뜻하는 안보가 정치적 모임인 정당의 제1 이슈라는 점에서 각 정당의 논평 수준을 비교할 만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국민의당 녹색당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의 개성공단 폐쇄관련 논평을 모았다.
국민의당은 북한전문가인 김근식 전 경남대 교수가 통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10일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북한의 피해보다 우리측 입주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박근혜정부의 “자해적 화풀이”라고 평가했다. 아래는 전문이다.
<개성공단 폐쇄조치는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방침을 결정했다.
국민의당은 개성공단 폐쇄방침이 실효성 없는 자해적 제재이며 돌이키기 어려운 남북관계 파탄이라는 점에서 반대한다.
개성공단 폐쇄는 북의 손실보다 우리측 입주기업의 피해가 훨씬 크고 북은 개성공단 인력을 더 높은 임금으로 중국에 송출함으로써 경제적 손실을 우회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을 아프게 하기보다 우리 기업의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자해적 화풀이에 불과하다.
우리가 스스로 폐쇄함으로써 북한의 근본적 태도변화가 없는 한 다시 공단을 재개할 수 어렵다는 점에서 공단정상화의 퇴로를 우리가 봉쇄하고 있는 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치군사적 긴장에도 끝까지 지켜냈던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를 우리 정부 스스로 닫는 것은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완전파탄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부 임기동안 남북관계는 더 이상 기대하기 불가능하다.
결국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에 대해 개성공단폐쇄카드를 꺼낸 것은 뚜렷한 효과도 없이 남북관계의 마지노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어서 돌이키기 힘든 비현실적 제재일 뿐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중국을 대북제재에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도 효과가 의심스럽고 우리 스스로 대북지렛대만 포기하는 감정적 결기과시에 다름 아니다.
조성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수습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합리적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6. 2. 10 국민의당 통일위원장 김근식
<끝>
비슷한 비판으로 녹색당의 논평도 있다. 녹색당은 “개성공단 폐쇄는 박근혜 정권의 셀프 경제 제재”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외쳐온 “‘비즈니스 프렌들리’마저 포기했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대북정책은 노태우 정권 시절보다 후퇴했다”라고 진단했다. 아래 전문이다.
<개성공단 폐쇄는 박근혜 정권의 셀프 경제 제재다 - 비즈니스 프렌들리마저 포기하다>
“개성공단을 세우는 건 원래 보수가 할 일이고, 진보는 그 공단에 민주노조를 세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경제 원리 내지는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북한에 진출하는 것은 굳이 가리자면 평화나 통일을 향한 보수적 접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칭 보수’ 세력은 대북관계를 뿌리 채 흔들어왔고, 개성공단은 자타칭 ‘진보’ 정권의 치적으로 남은 게 한국의 현실 정치였다. 우리는 또다시 “‘진보’ 정권이 알고 보면 보수였고, 보수는 보수가 아니었다”는 진단을 되새기게 된다.
한반도 정세가 풍파를 겪을 때도 개성공단은 안전 지대였다. 그렇듯 ‘시장과 돈을 이용한 평화’란 한편으로는 불편한 진실이고 또 그만큼은 활용해야 할 현실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은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주의로 치닫고 말았다. 이제 대북 정책은 노태우 정권 시절보다 후퇴했다.
입주 기업들이 극심한 피해를 걱정하는데도 박근혜 정권은 군사작전처럼 중단 조치를 내렸다. 노동자의 적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정권이 ‘비즈니스 프렌들리’마저 배반했다. 지난 2013년 2월부터 6개월 동안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때 입주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7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었다. 이번에도 북한에 입힐 타격이 얼마든 간에 남한측 입주 기업의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셀프 경제 제재’다.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왔던 박근혜 대통령이 14년 만에 정반대로 변신했다. 복지 및 경제민주화 공약의 파기, 시대착오적 역사왜곡과 공안탄압에 이어 마침내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유신 선포 직전 ‘7.4공동성명’을 통해 통일 이데올로기를 활용했는데, 박근혜 정권은 역사의 새 장을 쓴답시고 아예 장을 찢어버렸다. 경망하게 입에 올렸던 ‘통일 대박’의 ‘대박’은 ‘대박살’의 준말이었나. 예전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두고 “저 죽을 짓하겠냐”라고 예상한 바 있다. 물론 결국 김정일 위원장은 이후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길을 걸었고, 김정은 현 제1위원장도 극단을 달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박근혜 대통령조차 ‘저 죽을 짓’을 하고 있는 암담한 상황이다. 사드 배치 추진에 이어 개성공단 중단이라니. 대통령과 정권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경제까지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정권은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셀프 경제 제재와 ‘셀프 정권 타도’를 중단하라. 스스로 양자택일에 빠져들지 말라. 너무나 많은 사람이 달린 문제다. 정치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2016년 2월 10일 녹색당
<끝>
국민들에게 익숙한 거대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논평은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 새누리당은 김영우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개성공단 전면 중단,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보실 명의의 글을 통해 “중단 조치 전면 재검토하라”라고 외쳤다. 연달아 두 정당의 논평을 소개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
정부가 오늘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존중한다. 북한도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과 평화는 공존할 수 없다. 양립 불가능이다.
그동안 북한은 겉으로는 대화를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도발을 일삼아왔다. 지난해 8.25합의로 대화의 분위기를 이어가나 싶더니 연초부터 느닷없이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국제 사회는 한 목소리로 이제는 단호하고 강력한 제재만이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3년 남북 교류 협력과 평화의 상징으로 조성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개성공단을 정치적 볼모로 삼아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국민을 위협해왔다.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육로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하는가 하면, 북한 근로자들을 철수시켜 개성공단의 가동을 중단시킨 적도 있다.
더욱이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 이후 국제사회에 강력한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끊임없이 호소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말로만 대북제재를 외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우리부터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북한을 향해 강력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북한이 핵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고립을 자초하는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개성공단 철수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철수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입주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주기 바란다.
2016. 2. 10. 새누리당 공보실
<끝>
<개성 공단 전면 중단 조치 전면 재검토하라>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당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결국 개성 공단 영구폐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의 상징이며 현재로서는 남북 간에 남은 마지막 연결고리이다.
따라서 개성 공단의 전면 중단은 곧 남북 관계의 전면 차단이며 이는 남북 관계에 대결만 존재하고 교류와 협력은 존재하지 않는 냉전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중단 조치를 취하는 것인 만큼 장기화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결국 영구 폐쇄로 갈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 2010년 5.24 조치로 남한 의존적 경제 틀에서 벗어났으며 따라서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역할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은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이며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만 떨어질 뿐이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방안이 논의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성 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꺼내 든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당은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국민들의 안보 불안을 오히려 부추기는 매우 부적절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며 전면 재검토 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2016년 2월 10일 더불어민주당 공보실
<끝>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개성공단 폐쇄는 朴정부 ‘자해적 화풀이’ ‘셀프 제재’ 4당4색 논평
입력 2016-02-11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