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백수되는 거죠” 개성공단 근무자들 한숨… 철수 시작 긴장감 팽팽

입력 2016-02-11 16:03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조치가 이뤄진 11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출경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윤성호 기자

개성공단 철수가 시작된 11일 북한과의 불미스러운 마찰은 없었다.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한 우리 근로자들의 개성공단 출입경 역시 평소처럼 원활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 이후에도 북한은 우리측의 출입경 계획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다만 북측 근로자들은 출근하지 않았다.

귀환한 우리 측 근로자들 표정에는 당혹감이 가득해 보였다. 근로자들은 완성품과 원자재 등의 반출이 막힐까 염려해 봇짐 싸듯 차량 가득 짐을 싣고 귀경하기도 했다. 루프(지붕)에까지 짐을 올리고 서울을 향한 차들도 많았다. 철수 근로자 일부는 “북측 무장 군인들이 평소보다 조금 많아 보였다”며 군사적 긴장상태도 전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에서 근무하는 박모(34)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정부의 결정이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회사 전체가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다”며 “짐을 실을 수 있는 차량을 회사 당 한 대만 허용해 주재원들이 일단 중요하게 챙길 수 있는 것부터 싣고 나왔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의류업체 주재원 김모(59)씨는 “지인들로부터 전날 연락을 받고 폐쇄 사실을 알았다”며 “현재 승용차로 혼자 공단에 가는데 원자재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그는 “기업체는 보상을 받겠지만, 주재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전자업체 공장장 이모(55)씨는 “설비를 가져오려면 지게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내일 오후까지 공단에서 철수하라는 통일부 지침을 받아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개성공단 자체는 특이사항이 없었다고 한다. 이날 귀환한 입주업체들은 개성공단이 평소처럼 차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개성공단에서 의료용 실을 대형화물차에 싣고 나온 윤상은(60)씨는 “공단 분위기는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며 “단지 북측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짐을 혼자 싣느라 좀 힘들었다”고 했다. 다른 운전기사 김모(40)씨도 “공단 주변은 평상시와 같았고 우리 측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도 북측의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고 했다. 상당수 기업들은 완제품 회수 어려움도 토로했다.

공단 의료원에서 근무하던 우리측 근로자는 “평소엔 군용차가 많이 안 보였는데 이날은 군용차가 두세 대 보이고 어젯밤에도 많이 다녔던 것 같다”며 “철조망 경계선 뒤쪽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움직이는 것도 보였다”고 말했다.

앞서 출입경이 시작된 오전 9시 개성공단 관문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에는 공단 입주기업 차량과 언론, 경찰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통일부는 이날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는 남측 인원은 132명, 개성공단을 나온 인원은 68명, 체류 인원은 248명이라고 밝혔다. 철수를 위해 개성공단으로 들어간 근로자들이 늘어서 체류 인원이 증가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