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10일부터 23일까지 강원도 평창 폐교 작업실에서 6년간 지내며 속삭인 대화록과 퍼포먼스 선보여
강원도 평창 폐교에서 작업하는 사진작가 최광호는 올해 60세를 맞았다. 그는 “작업의 완성은 죽음이다. 60살 잘 살았다. 감사함으로 다시 시작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작업은 비바람 등의 자연에서 비롯된다. 6년 전 평창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자연과 가까이 살다보니 자연이 그에게 귓속말을 건네고 무언의 대화록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사진으로 사는 것이란 무엇인지’ 명제를 작품으로 풀어내는 그의 사진인생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된다. 자연 속에서, 자연으로 살고, 자연이 된 자신을 카메라 렌즈를 담아낸 이미지들을 선보인다. ‘육갑, 병신 전-비가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라는 타이틀로 2월 10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나우 열린다.
작가는 매일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며 1000여 장의 사진을 찍는다. 촬영은 자연과의 교감이자 소통이다. 세상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고 스스로의 삶을 일구어가는 방식이다. 지난 1월 겨울 한파에 찾아간 그의 작업실은 자연의 내음으로 가득했다. 일본에서 사진공부를 하면서 스승에게 들었던 말 “사진이란 무엇이냐. 사는 거야”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었다.
그는 사진가에 머물지 않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아니다. 땅을 만지고 자연과 호흡하는 농부가 되고 싶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진을 알았다. 이전까지는 집에서 부모가 시키는 일, 학교에서 선생이 가르치는 대로 살았다. 그러다 꿈꾸던 사진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카메라를 사기 위해 고등학교 때부터 막노동을 할 정도였다.
사진을 선택한 이후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한다. 사진이 있어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회상한다. 작가에게 예술은 자신을 가꾸는 방식이다. 카메라를 든 지 50년이 다 돼 간다. 작업은 자신의 삶을 확장시키고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사진을 눈으로 찍었으나 어느 시점부터는 의식으로 찍기 시작했다. 눈보다 느낌으로 즐기는 재미가 더 좋았다.
작가는 말한다. “내가 먼저 나를 감동시켜야 해요. 내가 나를 감동시킨다는 것은 나를 향한 스스로의 그리움이 극치에 도달해서 표현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는 그런 감정들이 사진으로 표현되는 것이죠. 저는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업한 적이 없어요. 사진이란, 삶이란 제 스스로를 감동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모든 것들의 총체인 것이죠.”
그는 의식의 다큐멘터리 작업도 했다. 의식의 다큐멘터리란 눈으로 볼 수 있는 삶의 양태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의 요소를 의식이나 인식의 영역까지 확장시킨 개념이다. 한국전쟁을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 고정된 전쟁의 기억들이 삶 속에서 발현되는 양상을 포착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정신’의 발로다.
폐교의 운동장은 무성하게 웃자란 잡풀로 무성하다. 작업실, 암실, 식당 등으로 쓰이는 폐교에는 고물상을 방불케 할 만큼 갖가지 물건들이 빼곡하다. 조약돌, 생선가시, 갈대, 빈 술병, 볼링공, 지구본 등 없는 게 없다. 쓰레기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 그에게는 작업을 확장시키는 도구 역할을 한다. 쓸모없는 것에서 쓸모를 찾아낸다. 그게 그의 즐거움이다.
그의 작업실에서 볼 수 있는 사물들이 전시장으로 옮겨왔다. 작가는 ‘비가 나를 걸어가게 하다’라는 타이틀로 퍼포먼스를 벌인다. 바닥이 인화지이고, 몸짓이 카메라다. “비는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 밤사이 비와 바람이 세차게 불다. 밤사이 잠을 설치고 문을 열고 나서는데,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다. 그 웅덩이에 하늘이 비치고, 가까이 가니 나도 비친다.”
“비가 나를 걷게 하다. 그것도 맨발로 걷게 하다. 비에 젖은 땅 위에 하늘이 산이 자연의 모든 것이 비친다. 비는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다. 서로 마주한 자연을 들여다보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하늘이 하늘을 보고 ‘너구나!’ 하고, 산은 산보고 ‘내가 산이구나!’ 한다. 이렇게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며 반성한다!”
“자연은 옷을 입지 않는다. 헐벗은 모습 그대로이다. 축복 받은 모습 그대로이다. 태초로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이르기까지, 그 시간은 허공에 있다. 그 지금이 나에게 다가와 맨발로 걷게 한다. 비는 하늘이 주는 거룩한 축복의 눈물이다. 그래서 비가 나를 내 마음 속 가식 덩어리인 나를 목욕시킨다. 나도 벗게 한다. 나를 벗게 만든다.”
‘허공의 시간: TIMELESS’ ‘어머니로부터 시간’ ‘신동엽의 대지’ ‘삶으로부터의 시간’ ‘임동창과의 연인’ ‘마음을 청소하다’ ‘흙으로부터의 시간’ ‘인드라망’ 등 개인전을 통해 보여주었던 그의 사진인생이 이번에 함축됐다고나 할까. 그는 “찍고 또 찍으며, 걷고 걸으며, 수 없이 찍으며 걷고 걸으며 찍었다. 찍는지 걷는지 알 수 없는 순간 무아지경에 빠졌다”고 했다(02-725-2930).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사진작가 최광호 ‘육갑, 병신 전 비가 나를 맨발로 걸어가게 한다’ 인사동 갤러리나우에 자연을 옮겨오다
입력 2016-02-10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