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사회 결의 안 거친 임금피크제 도입은 무효"

입력 2016-02-10 16:12

공공기관 노사가 임금피크제에 합의했어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0여 공공기관에 도입된 임금피크제에 대해 무효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지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전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정모(69)씨가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임금을 지급하라”며 한국기술교육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임금피크제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10일 밝혔다.

노동교육원은 2004~2005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경영관리 개선을 위해 1년간 노사 협의 끝에 임금피크제 시행을 규정한 단체협약을 맺었다. 만 58세부터 4년간 임금을 최대 40%까지 감액하는 구조다. 다만 취업규칙이 개정되진 않았다. 정씨는 2006년 10월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다. 노동교육원은 2009년 3월 기술교육대 등에 흡수됐고, 정씨는 퇴직 후 같은 해 9월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이사회를 통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보수규정·복무규정을 고치지 않은 단체협약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노사협약을 체결했더라도 그 내용이 직원에게 효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임금피크제는 인사규정 변경과 예산 등의 변동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중요사항”이라며 “(임금피크제가) 보수 인상이 아닌 임금 삭감 구조라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유효하다고 본 원심은 공공기관이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지적했다.

옛 노동교육원법은 중요 규정 개폐 등에 관련된 사항을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예산·결산서는 노동부장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