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로 자살' 경찰관 12년 만에 순직 인정

입력 2016-02-10 15:40 수정 2016-02-10 15:44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찰관이 법원 판결을 통해 12년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수연 판사는 경찰관 A씨의 부인이 서울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4월 경기도 파주경찰서 경비교통과장으로 부임했다. 경정 승진 후 첫 부임지였다. 부임 전 미군 장갑차에 한국 여중생이 깔려 숨진 ‘효순이·미선이 사건’이 발생했다. 각종 시위로 경비교통과장 업무가 급증했다.

A씨는 약 1년여 동안 경찰서에서 숙식을 했다. 연인원 8만명이 동원된 500여 건의 미군 경비 작전을 책임졌다. 당시 파주에서는 수해 복구공사, 신도시 개발, LG필립스 LCD 단지 건설로 교통량이 증가했다. 교통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2004년 1∼5월 교통 사망사고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2.3% 늘었다.

A씨는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말수가 적어졌다. 불면증, 대인기피증을 겪었다. 경찰 생활에 오점이 될까 두려워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했다. 내과 진단서로 병가를 내려했지만 실패했고, 보직 이동도 거부당했다. 2004년 7월 A씨는 경찰서 3층 숙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은 2006년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했지만 당국은 “자살은 순직으로 볼 수 없다”며 거부했다. 2013년 다시 등록신청 냈지만 재차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근무환경, 업무내용, 근무일지 상의 기록에 비춰볼 때 A씨가 업무로 우울증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