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적 롯데, 경영권 분쟁은 계속…신격호 “후계자는 장남” 영상 공개

입력 2016-02-10 12:00
지난 3일 서울가정법원에 제정신 여부를 가리기위해 출석한 신격호 롯데총괄회장. 사진=구성찬 기자
한국의 재계 5위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가리는 문제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전근대적 기업 지배구조 탓에 전근대적 기업경영권 다툼이 해를 넘겨 지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이달 초 시작된 성년후견인 지정 심리를 통해 한국 법원에서 제정신인지 여부를 가리게 된 신격호 롯데총괄그룹회장이 자신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후계자라고 말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일본어로 질문하고, 일본어로 답변하는 내용이다.

일본어 웹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는 9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유된 영상이 올라왔다. 제목은 ‘롯데 창업자 신격호 인터뷰’이며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가 롯데 직원을 위해 창업 정신, 롯데 상품, 직원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했다”라는 소개 글이 달려있다. 모두 일본어로 제작돼 있다.

신격호 회장은 영상에서 “롯데홀딩스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말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이건 일본 한국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상식이다”라고 답한다. 작고 낮은 목소리이지만, 일본어 발음은 비교적 또렷하다. 시선만 조금 멍해 보일 뿐이다.

나머지는 신격호 회장이 일본에서 창업한 과정에 대한 후일담이 담겨있다. 영상을 공개한 모임측은 “롯데 직원들은 현 경영진이 선전하는 건강이상설에 현혹되는 일 없이 창업자의 모습과 생각을 꼭 참조하십시오”라는 글을 덧붙였다.

신격호 회장은 지난 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심리에 참석해 자신의 정신상태와 관련 “판단력에 이상이 없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법원은 정밀 정신감정을 실시할 계획이다. 신 회장의 후견인이 필요한지, 또는 누가 되는지가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가 됐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