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에서 설 연휴 비극이 발생했다. 설날 경남 창녕군의 한 가정집에서 초등학생이 질식사한 채로 발견됐다. 창녕경찰서는 아버지 이모(49)씨를 9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설인 8일 오후 3시 45분께 자택 작은방에서 검은 비닐봉지를 얼굴에 뒤집어쓴 채 누운 아들(9)의 다리를 베고 이 씨가 잠든 것을 사촌 동생이 발견해 신고했다.
사촌 동생은 “설인데도 큰집에 차례를 지내러 오지 않아 가봤더니 대문이 잠겨 있고 인기척이 없었다”며 “담을 넘어 들어가 두 사람이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아들이 질식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이날 점심 무렵 아들에게 식사 후 수면제를 먹여 잠들게 한 뒤 비닐봉지를 씌워 숨을 못 쉬게 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자신의 지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해온 약에서 수면제를 분리해 범행에 사용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 씨는 “아들이 설을 맞아 가출한 엄마를 찾는데다 내가 앓는 정신질환을 물려받고 나처럼 살까 봐 겁이나 죽였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몇 년 전 외국인 부인이 가출한 후 아들과 둘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범행 직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복용한 수면제는 소량이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먹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시신에는 외견상 구타 흔적이나 상처가 없었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은 비속 살인 혐의로 이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정신질환 앓는 나처럼 살까봐"…9세 아들 살해 비정의 아버지
입력 2016-02-09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