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토론회, 루비오 망신…같은말 4번 반복

입력 2016-02-08 20:41 수정 2016-02-08 20:58

미 대선의 공화당 경선에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악재를 만났다.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스채널 MSNBC 등에 따르면 전날 ABC방송 주관으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8차 TV토론에서 공화당 후보들은 루비오의 경험 부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 루비오 의원(44세)이 같은 말을 기계적으로 4번이나 반복해 달달 외운 원고를 로봇처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일부에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당선됐을 때 경험이 부족한 초선 상원의원이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루비오가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비판한다. 이를 의식한 듯 루비오는 토론회에서 오바마 대통령과는 세계관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험 부족에 대한 방어를 해 나갔다.
루비오는 이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허구는 떨쳐버리자. 그는 정확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라는 말을 토론회에서 4번이나 똑같이 반복한 데 있었다.
루비오가 마치 암기라도 한 듯 비슷한 말을 계속 되풀이하자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그렇지. 그렇지. 암기한 25초짜리 연설"이라며 비꼬았다. 관중석에서는 크리스티 주지사의 지적이 끝나기가 무섭게 환호와 야유가 뒤섞여 터져 나왔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함께 미국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에서 루비오에게 토론회에서의 '굴욕'은 뼈아프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첫 경선지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강력한 3위'로 기세를 올린 루비오였기에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경험 부족을 방어하면서 원고를 줄줄 읽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오히려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이미지만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토론에서 루비오가 보여준 불안이 경험은 많지만 지지율 부진에 허덕이는 다른 후보들에게는 희망을 줬다며 "크리스티 주지사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경험 많은 3명의 후보가 새로운 생명줄을 잡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악재를 만난 루비오의 향후 행보에 관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