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백합처럼 흰 오스카상…할리 베리 "마음이 아파"

입력 2016-02-08 00:15
인터뷰에서 역설하는 할리 베리. 유튜브 영상 캡처

미국 최대의 영화상인 아카데미 시상식이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에 있는 돌비 극장에서 열립니다. 그런데 이번 시상식에서 익히 알려진 흑인 영화인들의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상식을 보이콧하겠다는 흑인 영화인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달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남녀 주연·조연상 후보 20명을 발표했는데 모두가 백인이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백인으로만 채운 명단을 발표하자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 중심적)라는 해시태그가 확산됐습니다.

유명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일찌감치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리 감독은 “‘백합처럼 흰’ 오스카상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고 비꼬았군요.

올해로 88회를 맞는 이 영화제의 유일무이한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할리 베리(Halle Berry) 역시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할리 베리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영화계의 인종 차별이 영화제의 수상후보 선정에만 있는 게 아니라고 지적하네요. 영화계 전반 곳곳에 퍼져 있는 문제라는 것이죠.

실제 할리우드 영화의 주요 배역 75%는 백인 배우들에게 배정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배역의 성격이나 스토리가 인종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영화에서도 일단 주요 배역은 백인들에게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주연과 조연 등 주요 배역 자체에 유색인종 배우가 캐스팅되는 숫자가 적다 보니 수상후보가 백인 일색인 게 그렇게 이상한 것만은 아닌 셈입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