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70년 전 첫 유엔 총회가 열린 유엔의 역사적인 장소에서 한국과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언급하며 희망을 설파했다.
반 총장은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옆에 있는 '센트럴 홀 웨스트민스터'의 대강당에서 영국유엔협회 회원 등 2천여명에게 창설 70주년을 맞은 유엔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다.
대강당은 1946년 1월 10일 첫 유엔 총회가 열렸던 곳이어서 유엔에는 매우 각별한 장소이기도 하다.
전날 유엔은 영국 등과 공동주최한 '시리아 인도적 지원 회의'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넘는 지원 약속을 얻었다.
반 총장은 젊은층이 많이 참석한 청중에게 "전 세계에 1억2천500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인 6천만명이 집에서 피란했다"고 말한 뒤 우리나라 얘기를 꺼냈다.
그는 "나도 한때 피란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의 한 어린이로 마을이 파괴되는 걸 봤고,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이 인근 언덕으로 도망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에서 준 식량과 의약품에 의지해 생존했고, 유네스코(UNESCO)에서 준 교과서로 공부했다. 영국 등 여러 국가의 군대들이 유엔 깃발 아래 싸우며 우리의 자유를 지켜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엔은 우리의 생명선이었고, 희망의 상징"이었다며 오늘날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다시 일구는 데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똑같은 기회라고 역설했다.
반 총장은 "우리는 지금 거대한 도전들을 맞고 있지만, 함께 하고 협력한다면 이들을 해결하려는 역량도 훨씬 커질 것"이라며 "힘들지만, 미래가 있는 지금, 여러분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고 마무리 지었다.
그는 연설 후 청중석에 있던 14세 소녀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자 도전들에 대해 총리에게나 의회에나 어디가 됐든 목소리를 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나도 한때 피란민이었다” 반기문 “한국전쟁때 유엔은 희망의 상징”
입력 2016-02-06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