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부천 여중생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한 가운데 다른 한편 그래도 이 땅에 인간애가 살아 있는 한 노부부의 사연이 시청자들에게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5일 오후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Y'에서는 포항 호미곶에 사는 할아버지가 병석의 아내를 35년 간 지극정성으로 돌본 이야기가 소개됐다. 젊은 시절,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해 온몸이 굳어 혼자 움직일 수 없게 된 이후로 할아버지는 아픈 아내를 대신해 3형제를 키워냈고 집안의 모든 일을 책임졌다.
이태식 할아버지는 한시도 아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병석에 누워 있는 아내를 위해 세 끼를 다 준비해서 먹이고 자신은 조촐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겨울 동파때문에 화장실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녹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할머니의 호출이 있으면 즉시 달려갔다. 계속 누워만 있는 아내가 어딘가 가렵다고 하면 바로 긁어주며 살갑게 간호하고 있었다.
아내를 곁에서 지키느라고 외출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태식 할아버지. 어떻게 한결같이 아내의 곁을 지킬 수 있었을까. 오랜 세월 병간호로 힘들 법도 했다. 이에 대해 이태식 할아버지는 “마음이 한결 같이 좋을 순 없지만 내가 내색을 하면 아내 마음이 얼마나 안 좋겠어..몸도 안 좋은데...어떻게 내색을 하겠어...”라고 했다.
중매로 만나 1년을 친구로 지내다가 결혼을 하게 된 젊었던 두 사람. 할머니는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극장에 가는데 손을 잡지도 않고..여자라서 내가 그렇기도 그렇고... 참 나를 아껴줬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내 남편만을 사랑한다”며 “다 그렇지 않나. 남편뿐이지...”라고 진심을 전했다.
제작진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위해 신형 CD플레이어를 선물했다. 오래된 기계에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를 하도 들어 늘어진 테이프를 보고 마음이 안타까웠던 것. 할아버지는 “요새는 이렇게 나오는구먼...”하면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새 기계를 작동해서 할머니에게 노래를 들려주었다.
할머니는 “누워서도 상상을 한다”며 “남편이랑 옷 잘 차려 입고 아들들 집에 가보고 싶다”고 희망을 했다. 하지만 마을 보건의는 “어렵다”고 말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안타깝게 했다. 이에 제작진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영상 편지를 담아 아들들에게 전했다. 아들들은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며 영상 속에 담긴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을 훔쳤다.
조경이 기자 rookeroo@kmib.co.kr
패륜 판치는 세상에 35년간 아내 간병한 할아버지 사연 ‘훈훈’
입력 2016-02-06 12:03